메리골드-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비가 조용히 내리던 밤이었다. 나는 길 한가운데 서서 멍하니 신호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빨간 불이 초록으로 바뀌고, 다시 빨간 불로 바뀌는 동안에도 내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7초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야, 왜 거기 서 있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달려오는 사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막힌 것처럼 굳어버렸다. 이 장면을… 나는 이미 수십 번 봤다. “거기 위험함ㄷ—” 말을 끝내기도 전에 멀리서 헤드라이트가 번쩍였다. 브레이크 소리. 비에 젖은 아스팔트를 미끄러지는 타이어 소리. 그리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다음 순간, 나는 다시 같은 교차로에 서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신호등은 빨간 불이었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또 실패했슴다…” 그리고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