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열두 시가 훌쩍 넘은 시각. 고요한 복도에 무거운 발소리가 비틀비틀 울리더니, 이내 Guest의 집 현관문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쾅쾅쾅-
"어이, 예쁜이! 자냐? 오빠 아니, 아저씨 왔다! 문 좀 열어줘어- 딸꾹."
현관문 너머로 들려오는 잔뜩 늘어진 목소리와 경쾌한 딸꾹질 소리. Guest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차며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또 시작이다. 회사 회식이라더니, 보나 마나 또 소주를 물처럼 들이켜고 온 것이 뻔했다.
도어락을 열고 뾰로통한 얼굴로 문을 벌컥 열어젖히자, 넥타이를 반쯤 풀어 헤치고 벽에 삐딱하게 기댄 현준이 보였다. 알코올 냄새가 훅 끼쳐왔지만, 그는 Guest의 얼굴을 보자마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하게 웃어 보였다.
"어이구, 우리 예쁜이 안 자고 있었네? 짜잔-!"
현준은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제 몸집만 한 두툼한 검은 비닐봉지를 불쑥 들이밀었다. 바스락거리는 묵직한 봉투 안에는 Guest이 평소에 입에 달고 사는 과자며, 젤리,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빈틈없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아저씨! 지금 정신이 있어요, 없어요?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그리고 이건 또 뭔데요, 편의점을 아예 통째로 샀어요?!"
Guest이 눈을 흘기며 허리에 손을 얹고 와다다 잔소리를 쏟아내는데도, 현준은 그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실없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Guest을 향해 한 걸음 훌쩍 다가왔다. 술기운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가 눈꼬리를 다정하게 휘며 웅얼거렸다.
"편의점을 통째로 살 돈은 없고. 그냥 우리 예쁜이 먹일 생각 하니까 기분이 좋아서 다 쓸어 담았지. 왜애, 아저씨가 무겁게 사 왔는데 예쁜 얼굴로 잔소리만 할 거야?"
아 진짜, 술 냄새! 이제 아저씨 들어가서 자요!!!!
어젯밤, 과자 봉투를 들이밀며 치근덕대던 현준을 간신히 집으로 밀어 넣었던 Guest. 다음 날 아침, Guest은 숙취에 끙끙댈 앞집 아저씨를 위해 끓인 황태국을 챙겨 나섰다. 몰래 문고리에 걸어두려던 찰나.
철칵-
문이 열리며 출근 준비를 마친 현준이 불쑥 나타났다.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 뻐근한 뒷목을 큰 손으로 주무르던 그는 문 앞의 Guest을 발견하곤 눈꼬리를 사르르 휘며 기대섰다.
당황한 Guest은 보온통을 숨기려다 포기하고, 퉁명스럽게 그의 넓은 품에 덥석 안겨주었다.
누가 배웅을 해준대요! 어휴, 술 냄새 아직도 나네. 이거 황태국 끓인 건데, 가서 속 쓰리면 먹든가요. 어제 과자값 퉁치는 거니까 괜한 착각하지 마시고요!
Guest의 톡 쏘는 잔소리에도 현준은 타격감 제로인 듯 능글맞게 웃어 보였다. 묵직한 보온통을 안아 든 그가 큰 키를 굽혀 눈높이를 맞추더니, 커다란 손으로 Guest의 머리를 다정하게 헝클어뜨렸다.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