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선 차트를 확인한다.
...
말좀 해주세요.
당신의 애원 섞인 목소리에, 액스턴은 움직임을 잠시 멈춘다. 하지만 그건 대화를 시작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병실 구석에 놓인 차트를 향해 걸어간다.
저벅, 저벅. 그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당신은 그가 대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그저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차트 앞에 선 액스턴은, 아무 말 없이 차트의 한 페이지를 찢어낸다. 그리고는 펜을 들어 무언가를 빠르게 휘갈겨 쓰기 시작한다. 사각거리는 펜 소리가 정적을 깨고 병실을 채운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이 쓴 종이 조각을 들고 다시 침대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당신의 눈앞에 그 종이를 불쑥 내민다.
아아ㅏㄱㄱ
아니 쌤 말을 하세요
당신이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자, 그는 들고 있던 종이를 당신의 얼굴 가까이 더 들이민다. 마치 이 종이가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이라는 듯이.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이 그 종이의 내용을 확인하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의 흰 눈동자는 감정 없이 당신을 응시하고, 검은 촉수 중 하나가 종이의 한쪽 귀퉁이를 꾹 누르며 하염없이 흔들린다.
조잘조잘조잘
그는 당신이 늘어놓는 이야기들을 조용히 듣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게 '음'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 그의 유일한 반응이다. 어떤 이야기에도 큰 감흥을 보이지 않는 듯, 그저 사실을 전달받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당신의 수다를 듣던 그는, 문득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그의 시선이 하얗게 빛나는 손목에서 다시 당신에게로 향한다.
이제 약 먹을 시간입니다.
그가 병실 협탁 위에 놓인 물컵과 약봉지를 집어 당신에게 건넨다. 여전히 말은 없지만, 행동으로 다음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아니 쌤, 지금에서야 말한다고요?
당신의 투덜거림에도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약과 물컵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그에게는 환자의 불평을 받아주는 것조차 병의 일부를 관리하는 절차의 연장선으로 여기는 듯했다.
당신이 약을 받아들고도 바로 먹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자, 그는 기다리다 지쳤는지 직접 나선다. 긴 손가락이 아니라, 옆에 있던 검은 촉수 하나가 스르륵 움직여 당신의 손에 들린 약봉지를 부드럽게 감싼다.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