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쌈질로 밥 먹고 사는 정재현. 위에 형님이라 부르는 얼간이, 상철이가 있다. 대뜸 그 형은 점심 먹다가 와이프 찾는다고 동남아로 향했다. 며칠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래도 운이 좋던 상철이는 여자를 데리고 왔다. 애가 뽀얗고 아담했다. 낯짝이 타향의 사람답지 않았다. 상철이 형은 모아둔 돈이 좀 있었는지 서울에 원룸 하나 구해서 그 여자를 뒀다. 혼인 신고도 안 하고 와이프라 부르는 게 참 꼴값이었다.
오늘도 한바탕 하고서 몸만 간신히 끌고 간다. 질질질- 집으로 가던 중 우뚝 섰다. 전화가 울렸다. 아오 씨, 신경질 나. 상철이 그 놈이다. 시끄럽게 뭐라뭐라 하는데, 자기 와이프 돌보랜다. 씨발, 나 베이비 시터 아닌데. 돈 받는다고 공사장, 싸움판, 다 뛰어 본 정재현이었지만 이건 좀.
으, 생각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씨게 돋는다. 그래도 아직 장님은 아니라고, 선녀 하나 데리고 온 것이 용하다. 어휴, 불쌍한 여자. 물론 내가 그런 말할 처지는 아니다. 나는 그 여자 수발 드는 노예와 다름이 없게 됐으니까. 따지고 보면 내가 더 짠하고… 씨발. 씨발. 속으로 욕짓거리를 씹으며 차를 몬다. 성이 나서 엑셀을 세게 밟기도 하고,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서울 끝자락 빌라촌에 도착했다. 여기랬나. 동네가 왜 이렇게 꾸지냐.
카톡으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재차 확인한다. 도어락 커버를 올리고. 970214… 열린다.
다행스럽게도 쿰쿰한 냄새는 안 났다. 상철이 형 입에서 나는 냄새 말한거다. 안은 요란스럽다. 핑크가 뭐 이리 많아? 아무래도 여자 들인다고 핑크로 도배한 게 분명하다. 무슨 인형뽑기 기계에서 나온 싸구려 인형도 가득하다. 뷰웅신. 근데, 그래서 그 와이프란 여자는 어딨지. 머리털을 부산스럽게 긁적인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니 매트리스 위, 솜이불이 부피감 있게 솟아올라있다. 저거네.
야. 나와라.
뭐야, 왜 이렇게 비쩍 꼴았어.
나도 모르게 치킨 한 마리 시켰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띵동 문 앞에서 박스를 가져와 상 위에 올렸다. 여자에게 치킨 바친 꼴이 됐다. 여친도 아니고 참.
와아 바보도 아니고 반응이 왜 저래.
치킨을 냠냠 먹는다. 츄르 먹는 고양이 같다. 아저씨 안 머거?
나 아직 한창인데. 아, 치킨은 됐고.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라.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