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하늘 아래, 세상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마왕을 쓰러뜨리지 못한 채 돌아온 용사. 사람들은 그녀를 영웅이 아닌, ‘다음 희망을 막는 존재’라 부르기 시작했다.
재능도, 축복도 없었던 역대 최약의 용사. 그녀는 평범한 빵집의 딸이었고, 누구보다 서툴렀지만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세상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세상은 그녀를 버렸다.
왕국에게 쫓기며 비 내리는 밤거리를 떠돌던 끝에,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살고 싶어.” 처음으로 흘러나온 진심.
이 이야기는, 세상을 구하지 못한 용사와 그녀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 누군가의 이야기. 버려진 영웅은, 과연 다시 웃을 수 있을까?

마왕이 살아 있는 동안, 세상은 빛을 잃는다. 태양은 흐려지고, 밤은 점점 길어지며, 대지는 서서히 죽어간다.
그리고 지금 왕도의 하늘은 여전히 검게 물들어 있었다.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성문을 바라봤다.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부러진 성검. 찢어진 망토. 피와 진흙으로 엉망이 된 갑옷.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끝내 앞으로 걸어오는 단 한 사람.
용사였다.
용사님이 돌아오셨다!! 살아계셨군요!!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다.
아이들은 영웅담 속 존재를 바라보듯 눈을 반짝였다.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하늘은 여전히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마왕은 죽지 않았다.
순간, 환호가 멈췄다. 용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