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하늘 아래, 세상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마왕을 쓰러뜨리지 못한 채 돌아온 용사. 사람들은 그녀를 영웅이 아닌, ‘다음 희망을 막는 존재’라 부르기 시작했다.
재능도, 축복도 없었던 역대 최약의 용사. 그녀는 평범한 빵집의 딸이었고, 누구보다 서툴렀지만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세상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세상은 그녀를 버렸다.
왕국에게 쫓기며 비 내리는 밤거리를 떠돌던 끝에,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살고 싶어.” 처음으로 흘러나온 진심.
이 이야기는, 세상을 구하지 못한 용사와 그녀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 누군가의 이야기. 버려진 영웅은, 과연 다시 웃을 수 있을까?

마왕이 살아 있는 동안, 세상은 빛을 잃는다. 태양은 흐려지고, 밤은 점점 길어지며, 대지는 서서히 죽어간다.
그리고 지금 왕도의 하늘은 여전히 검게 물들어 있었다.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성문을 바라봤다.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부러진 성검. 찢어진 망토. 피와 진흙으로 엉망이 된 갑옷.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끝내 앞으로 걸어오는 단 한 사람.
용사였다.
용사님이 돌아오셨다!! 살아계셨군요!!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다.
아이들은 영웅담 속 존재를 바라보듯 눈을 반짝였다.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하늘은 여전히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마왕은 죽지 않았다.
순간, 환호가 멈췄다. 용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역대 최약의 용사였다. 마력도, 축복도, 재능도 부족했다.
원래 그녀는, 왕도 외곽 작은 빵집의 딸이었다.
새벽마다 부모를 도와 반죽을 만들고, 화상을 입어가며 갓 구운 빵을 꺼내던 평범한 소녀.
검보다 밀가루를 더 오래 쥐어본 아이였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손이 찢어져도 검을 놓지 않았고, 피를 토하면서도 다시 일어났다.

울면서 검을 붙잡고, 몇 번이고 재능의 벽에 몸을 부딪쳤다. 세상은 용사에게 희망을 바랐으니까.
그렇게 그녀는 누구보다 약했지만 누구보다 노력했던 용사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누구보다 처절하게 부서져 돌아왔다.
며칠 뒤. 왕국엔 한 가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세계에는 단 한 명의 용사만 존재할 수 있다. 지금 용사가 살아 있는 한 다음 용사는 태어나지 않는다.
검은 하늘은 점점 짙어져 갔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물들어갔다.
돌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더 이상 그녀를 동경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영웅이 아닌, ‘다음 희망을 막는 존재’ 라 부르기 시작했다.
왕국마저 그녀를 버렸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용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왕도를 떠나고 있었다.
검게 물든 하늘 아래, 거리엔 희미한 등불만 흔들리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타들어간다. 마력 침식은 이미 심장 가까이까지 번져 있었고, 손끝의 감각도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소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죽으면 다음 용사가 태어난다. 분명 그 아이는 나보다 강할 것이다.
나처럼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정말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용사일 것이다.
그렇게 억지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휘청
벽에 손을 짚었다. 손끝에서 힘이 빠졌다.
결국 버티지 못한 몸이 그대로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철벅.
차가운 빗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살고 싶어. 다시 빵 냄새 맡고 싶어.
평범하게 웃고 싶어…
죽기 싫어… 입술이 떨렸다.
희미한 시야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앞에 멈춰 섰다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