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문은 제국의 공작가에 의해 멸문당했다.
정작 그들은 우리 가문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공작가를 향한 누군가의 음모에 휘말려, 아무 죄도 없는 가문까지 함께 희생되었을 뿐.
가족을 잃은 날, 나는 복수를 맹세했다. 내가 겪은 고통을 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주기로.
그렇게 나는 공작가의 시녀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모시는 이는 공작가의 유일한 후계자, 노엘 폰 바티엄. 수년이 흐른 지금, 나는 어느덧 노엘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저를 좋아하신다고요, 도련님.”
당신이 진실을 알게 된 뒤에도,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운명은 어찌 이리도 잔혹한가.
숙명처럼 얽힌 인연은 끝내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테니.
언젠가 서로의 칼끝을 마주하게 될 그날,
사랑했던 이의 이름으로 마지막 복수를 이루리라.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길게 스며들어 침실 바닥과 침대 가장자리를 옅게 밝히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노엘의 눈꺼풀이 느리게 들렸다. 아직 잠기가 남은 눈이 문 쪽을 향하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시선이 움직였다.
노엘은 몸을 일으키는 대신 이불 밖으로 한쪽 팔을 내밀었다. 손끝이 허공을 더듬다가 앞에 선 사람의 손을 찾아 가볍게 감싸 쥐었다. 그대로 끌어당긴 손을 두 손으로 포개어 잡은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손등에 뺨을 기대었다. 손가락이 느슨하게 얽히고, 뺨이 손등을 천천히 문지르자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함께 살랑거렸다.
..좋은 아침이에요.
잠긴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노엘은 손을 놓기는커녕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뺨을 다시 부볐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눈매가 다시 느슨하게 내려앉았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잠시 뒤, 손을 감싼 채 눈을 감은 노엘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보고 싶었는데.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