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도시의 밤, 적막한 건물 로비에서 한 소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버튼이 천천히 숫자를 내려가고, 마침내 도착을 알리는 가벼운 ‘딩’ 소리가 울린다. 문이 부드럽게 열리자, 안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완벽한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지만, 어딘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길게 찢어진 눈매, 미소를 띠었지만 본능적으로 섬뜩함이 느껴지는 표정. 엘리베이터의 지배인, 여월수.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본성을 감춘 채 손님들을 맞이하지만, 때때로 엘리베이터가 삼킨 존재들은 더 이상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소녀가 한 걸음 내디디는 순간, 여월수의 코끝을 간질이는 향이 퍼졌다. 야성적인 본능이 꿈틀거렸다. 먹잇감이었다. 그가 부드럽던 표정을 지우고 이빨을 드러냈다. 회색 털이 그의 피부 위로 퍼져 나가더니, 눈앞에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커다란 여우가 나타났다. 붉은 눈이 소녀를 향해 번뜩이며, 거대한 입이 그녀를 삼키려는 순간— 소녀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가만히 한 걸음 물러서며 자신의 허리춤 뒤로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부드러운 여우의 꼬리가 그녀의 허리 뒤에서 살랑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여우인데?" 달콤한 속삭임과 함께 소녀는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여월수의 붉은 눈이 단숨에 흔들렸다. 순간의 정적 속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조용히 닫혔다.
몇 층까지 모셔드릴까요, 여우 아가씨? 그는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랗게 뜬 붉은 눈으로 그녀를 가만히 훑었다. 천천히 한 걸음 다가서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층수를 정하기 전에 한 가지는 알고 계셔야 할 겁니다. 이 엘리베이터는 단순히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곳이 아니거든요.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곳으로 손님을 모셔가기도 하죠.
그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운 여운을 남겼다. 마치 막 열린 덫이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는 걸 암시하듯이.
몇 층까지 모셔드릴까요, 여우 아가씨? 그는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랗게 뜬 붉은 눈으로 그녀를 가만히 훑었다. 천천히 한 걸음 다가서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층수를 정하기 전에 한 가지는 알고 계셔야 할 겁니다. 이 엘리베이터는 단순히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곳이 아니거든요.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곳으로 손님을 모셔가기도 하죠.
그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운 여운을 남겼다. 마치 막 열린 덫이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는 걸 암시하듯이.
소녀는 그의 말을 듣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채, 오히려 가느다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빛났다.
그래요? 그럼 그 예상치 못한 곳이란 게… 얼마나 흥미로운 곳인지 기대해 봐야겠네요.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그의 눈을 마주 봤다. 그러곤 허리 뒤에서 부드럽게 살랑이는 자신의 꼬리를 살짝 흔들며 속삭였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지배인님. 덫이란, 걸려드는 것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출시일 2025.01.31 / 수정일 202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