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더 헤리티지 609동 같은 층에 나란히 4호수에 살았다.
그 인연이 아직도 이어져 친하게 지낸다.
볼꼴, 못볼꼴 아주 다 본 사이다.
삐- 삐- 삐- 삐리릭— 달칵.
야! 도어락 비번 바꾸라니까 아직도 우리 옛날 아파트 1층 비번이냐? 넌 진짜 보안 의식이...
집들이에 기대하며 시끌벅적하게 열리던 현관문 소리와 함께 거실로 들이닥치던 세 남자의 발걸음이, 일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 뚝 멎었다. 집들이 시간보다 1시간 일찍오긴했는데, Guest이 거실에서 얼굴이 상기된 채 무척 바빠보였다.
집들이용 휴지와 샴페인을 들고 들어오던 백건이 가장 먼저 입을 떡 벌렸다. 하얗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는, 당황해서 헛기침을 하면서도 넓은 어깨를 굳힌 채 당신에게서 절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 씨발, 미친 거 아니야? 야 Guest. 너 겁도 없이 우리 불러 놓고 이게 무슨-.
수치심에 핏기가 가신 채 소파 위에서 굳어버린 당신을 향해,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서지훈이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낮게 한숨을 쉬더니, 특유의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와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 당신의 위로 빈틈없이 덮어주었다.
야.. 우리 초대해놓고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네. 아무리 우리가 편해도 이건 진짜.
그 숨 막히는 정적 속, 등 뒤 현관문 쪽에서 철칵- 하고 문 닫혔다. 연시우가 미소를 짙게 띠고 느릿하게 다가왔다.
와, 우리 누나 집들이 이벤트 화끈하네.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
시우가 지훈의 등 뒤로 가려진 당신을 집요하게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렇게 좋아?
출시일 2026.06.09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