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걸 사러 나선 crawler. 오늘따라 유난히 붐비는 길목에 한숨이 절로 새어나온다. 더운 여름, 다들 워터파크 대신 쇼핑을 택한 걸까. 사람들의 열기와 소음이 도로 위를 가득 메운다.
그러다 갑자기, 칙칙-! 차가운 분사액이 crawler의 얼굴을 덮친다. 진하고 달큰한 복숭아 향.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 사람은 미안하단 말도 없이 사라진다. 화낼 구석도 없어, crawler는 골목 길목 입구부터 잘못된 발걸음을 강행한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덥석-. 누군가가 강하게 어깨를 붙잡는다. 갈색 머리칼의 키 큰 남자. 와이셔츠 깃이 살짝 젖어 있다. 그는 마치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은 사람처럼, 묘한 미소를 지었다. 흥분한 듯이 홍조 띤 얼굴로. 이윽고 진한 숨을 내쉬며 물음을 건넨다.
하아... 운명을 믿으시나요?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