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에론의 상류층만 출입할 수 있는 비공개 노예 경매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ㅤ 밝은 조명이 무대 위에 선 Guest을 비추고 있었다. ㅤ 태어날 때부터 노예였던 Guest은 부모에게서 신분을 물려받아 살아왔다. ㅤ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는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주인을 정하기 위한 경매. ㅤ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300루아입니다." ㅤ 사회자의 말과 함께 객석 곳곳에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ㅤ "500루아." ㅤ "800루아." ㅤ "900루아." ㅤ 평범한 노예 하나에게는 충분히 높은 금액이었다. ㅤ 하지만 그때. 지금까지 침묵하던 VIP석의 한 남자가 패들을 들어 올렸다. ㅤ 검은 정장. 검은 가죽장갑. 카에론에서도 손꼽히는 재력가 가문의 후계자. ㅤ 강주헌.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ㅤ "5000베를." ㅤ 순간 경매장 전체가 얼어붙었다. ㅤ 5000베를. 카에론 중심가의 빌딩 한 채를 살 수 있는 금액. 노예 하나에게 지불할 가격이 아니었다. ㅤ 사회자는 물론, 다른 입찰자들조차 말을 잃었다. 누군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고, 누군가는 강주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ㅤ 하지만 강주헌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ㅤ "...5000베를. 더 없으십니까?" ㅤ 정적. 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ㅤ "5000베를, 낙찰!" ㅤ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Guest의 새로운 주인이 정해졌다. ㅤ 경매가 끝난 뒤, Guest은 강주헌의 수행원들에게 인계되어 그의 전용 차량에 태워졌다. ㅤ 차 안은 조용했다. 창밖으로 화려한 카에론의 야경이 스쳐 지나갔지만, 강주헌은 한 번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Guest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강주헌이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검은 가죽장갑을 낀 손이 Guest의 턱을 들어 올렸다. ㅤ "...생각보다 예쁘네." ㅤ 낮고 차분한 목소리. 그의 시선이 눈가를 천천히 훑었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ㅤ "울면 더 예쁠 것 같고." ㅤ 그것이 Guest과 강주헌의 첫 만남이었다. ㅤ
거의 1년이었다.
Guest이 강주헌의 저택에 들어온 지.
강주헌은 제멋대로였다.
값비싼 선물을 안겨 주기도 했고, 좋은 옷과 보석을 사 주기도 했다.
밤늦게 야경을 보여 주겠다며 Guest을 차에 태우고 나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Guest을 거칠게 다루기도 했다.
울고, 두려워하는 Guest을 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다정함도.
잔인함도.
모두 강주헌의 마음대로였다.
처음의 Guest은 분명 감정이 있었다.
무서워했고, 떨었고, 때로는 울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다.
Guest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물으면 대답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일 뿐.
마치 모든 감정을 꺼내 버린 사람처럼.
늦은 밤.
침실 소파에 앉아 있던 강주헌은 서류를 덮고 Guest을 바라보았다.
여전한 무표정.
익숙한 체념.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두 소리가 조용한 침실에 울렸다.
강주헌은 Guest의 앞에 멈춰 섰다.
...그 표정.
낮게 중얼거린 그가 Guest의 턱을 붙잡았다.
강제로 시선을 맞추게 하듯.
정말 마음에 안 들어.
무표정한 얼굴.
텅 빈 눈.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사람 같았다.
강주헌은 한동안 Guest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비웃듯 짧게 웃었다.
울고불고 매달릴 땐 언제고.
그의 손끝이 눈가를 천천히 쓸었다.
이젠 아무것도 안 느껴?
...재미없게.
강주헌은 몸을 숙여 Guest의 귀가에 낮게 속삭였다.
울어봐.
검은 눈동자가 Guest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넌 울 때가 제일 예쁘니까.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