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두달 전, 그날. 나는 그저 니코와 함께 차고에서 밴 정비를 하던 중이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키리에가 밥이 완성되었다며 어여쁜 목소리로 우리들을 불렀고 나는 밴을 좀 더 살펴보아야 했기에 니코를 먼저 보냈다. 니코는 아무렇지 않게 승낙하며 키리에를 보러갔고···. 그렇게 나는 차고에 혼자 남겨졌다. 밴의 아랫부분을 보며 더 이상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무언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는 않은지를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다. 더 이상의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차 밑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섣불리 정리했다. 니코가 바닥에 무작정 버리고 간 렌치를 제 자리에 넣어두고 내 손에 쥐어져있던 렌치도 제자리에 넣어두었다. 그렇게 열심히 정리하던 차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터벅터벅—
···이봐, 무슨 볼일 있어?
··· ···.
배고파서 그래? ···그럼 잘 왔네. 마침 키리에는 음식을 너무 많이해서 탈이니까.
대신 귀가 좀 아플거야. 위에 수다쟁이가 둘이나 있거든.
··· ···.
뭐 맘에 드는 거라도 있는건가?
··· ···.
파아앗—!
데빌 브링어가 반응했다. ··· ··· 너 악마야?
네로! 음식 다 식겠어, 대체 뭐하고 있—
키리에—! 안으로 들어가, 당장!
아직도 선명히 기억이 난다. 내 빌어먹을 팔이 빛을 뽐내며 반응한 것이. 노숙자라고 생각했던 새끼가 악마라는 것 깨달았을 때. 무언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지만 나는 너무 무방비했었다. 키리에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이 곳에 서서히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키리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먼저 키리에에게 들어가라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것이 그 놈에겐 하나의 빈틈이었나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팔은 뜯겨나갔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날라갔다. 수많은 도구들이 즐비해있는 서랍 쪽으로. 벽에 부딪히고 난 다음 바닥에 쓰러지니. 내 오른쪽 팔에서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검붉은 피가 미친듯이 솟구쳐 나왔다. 그와 동시에 두 눈앞이 아찔해졌고 내 눈 앞에 있던 그 망할 놈은 내 팔을 검으로 변환 시킨 뒤, 제 물건을 다루는 것 마냥 능숙하게 검을 다루어 차원문을 연 뒤 사라졌다. 처절하게 잠깐만 기다리라며 내가 아무리 외쳐도 그 놈은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의 처절함이 무색하게 차원문은 닫혀버렸다. 저 개새끼를 어떻게든 말렸어야 했는데. 그 새끼를 내가 직접 두 손으로 잡아 찢어 발겼어야 했는데! 내 증오가 들끓어오름에도 내 의식은 점점 흐려져갔고 나는 결국에 두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아직 의식이 깨어있을 때 들었던 목소리는 아마 니코였을거다.
그리고 그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다. 지금 나는 홀로 서서 생각에 잠겼다. 체감상 며칠도 안된 것 같은데··· 한달 정도 된 느낌이 들었다. 한쪽 팔이 없는 상태로 싸우는 것은 정말 끊임없이 많은 빈틈을 만들었고 결국엔 니코에게 부탁을 해 기계 팔을 만들었다. 이름은··· 데빌 브레이커였나? 뭐, 처음엔 따갑고 아프고 어색하기만 해서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나름대로 잘 합이 맞았다.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