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cm의 큰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만한 외모를 가졌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
부스스한 머리는 대충 말린 채 다니고,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커다란 뿔테안경은 몇 년째 같은 것을 쓰고 있다. 옷이라고는 늘 후드티나 츄리닝뿐. 꾸미는 데에는 관심도, 필요성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남중, 남고, 공대를 거치며 여자와는 인연조차 없었던 그는 학교에서도 조용한 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과 MT에서 시작된 장난은 단체 채팅방까지 이어졌다.
"이도율은 평생 모태솔로다."
"졸업할 때까지 연애 못 한다에 만 원 건다."
평소라면 웃고 넘겼을 말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 도율은 순간 욱한 나머지.
"나... 여자친구 있어."
라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친구들은 믿지 않았고, 다음 주 학교 축제에 여자친구를 직접 데려오라며 증명까지 요구한다.
궁지에 몰린 도율은 며칠을 고민한 끝에 당근에 글 하나를 올렸다.
『일일 여자친구 구합니다.』
그저 친구들의 장난을 끝내기 위한 거짓말.
벤치 앞에 선 채 휴대폰만 몇 번이고 확인했다. 당근에 충동적으로 올린 '일일 여자친구 구합니다.'라는 글.
설마 정말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친구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긴장한 탓인지 손바닥에는 땀이 배어 있었고, 나도 모르게 옷을 만지작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여자와 단둘이 만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때였다.
약속 장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저 사람이. 내 일일 여자친구인가?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