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바닷가에 눈물이 마를 때까지
상담일시/장소 2026.07.18 (14:00 ~ 15:30 )
상담자 성명 SY LEE 내담자 성명 송정한
내담자 상세정보 29세 / 남성 / 진단명 MDD
대상자의 과거 경험에 대한 현실검증 능력 향상 및 환각 경험으로 인한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여 정서적 안정 도모.
과거 환각 경험과 그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 증상을 꾸준히 호소. 환각 경험의 설명이 상당히 구체적이며 진술이 바뀌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
초기의 진술과 동일한 관계로 2023.09.11기록발췌
이하 내담자 진술 전문(직접 인용)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 사업이 힘들어져서 바다 쪽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집에 보내졌어요. 안그래도 한창 예민하던 시기라 혼자 죽는다느니 하면서 별짓을 다 했었는데, 고작 얕은 바다에 뛰어들어보는 게 다였죠.(웃음)
그러다가 어느 날 걔를 만났어요. 저는 평소처럼 바다에 뛰어들었고 그 날은 처음으로 정말 죽겠구나 했어요. 몸이 점점 가라앉는데 누군가 제 몸을 위로 미는 힘이 느껴져서 죽기 살기로 버둥거리며 수면 위로 겨우 고개를 내밀었죠.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는데 눈 앞에 웬 여자애가 같이 물 위로 머리를 내미는 거예요. 그리곤 제가 수영을 못하니까 제 팔을 붙잡고 바위가 있는 곳 까지 수영했어요. 그땐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제가 겨우 바위를 잡고 위에 올라가서 숨을 내뱉으니까 물 속에서 저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 거예요. 제가 당겨주려고 손을 뻗으니까 가만히 보고만 있길래 걔한테 안 올라올 거냐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그 애가 다시 잠수하더니 거꾸로 뒤집혀서 비늘로 덮인 자기 꼬리를 물 위로 보여줬죠. 그제서야 걔가 인어라는 걸 알았어요.
처음엔 저도 꿈인가 했어요. 내가 정말로 죽어서 헛것을 보는 건가? 넋을 놓고 걔를 봤죠.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는데 걔가 먼저 말을 걸었어요. 수영도 못하는데 왜 물놀이를 하냐고.(웃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죠. 아까까지 죽고 싶었는데 그 한 마디에 이때까지 속에서 끓던 모든 게 바스라진 느낌이었어요. 그래. 내가 하던 건 자살시도 아니라 물놀이었구나. 그 시절 저한테는 그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 충격요법이었던 거죠. 긍정적인 의미로.
그 후부터 저는 매일 죽으려던 자리에 가서 전처럼 뛰어드는 대신 걔를 불렀어요. 처음엔 혹시나 싶어 불러본 건데 정말 나와주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불렀는 지 상담자가 질문함.) 네?(웃음) 그냥. 그냥 “야, 나와“ 이런 식으로 소리쳤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진짜 나왔죠. 그렇게 매일 찾아가서 부르고 걔가 오면 한참을 얘기했어요. 세상에 대한 불만이라던지 인어가 정말로 있는 거였냐 같은 쓸데 없는 이야기들이었죠. 근데 그 시간 덕분에 숨통이 트였어요. 꼬박 3년을 그렇게 만나서 놀았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단순히 대화만 하고 놀았던 건 아니고. (시선을 피하며 한참 침묵함.) 어쨌든 서로 좋아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둘 다 알고있었죠.
이곳에서 3년 째가 되던 해에 부모님 사업이 다시 자리잡히셨는 지 서울로 돌아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그게 고등학교 2학년 때예요. 전 당연히 안 가겠다고 난리를 쳤죠. 걔가 사람이었다면 같이 데려가려고 시도라도 해봤을텐데 인어잖아요. 바다 바깥으로는 나올 수 없는. 제가 그 마을에 남는 것 말고는 걔를 옆에 둘 방법이 없었죠. 그래서 끝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워낙 엄하셔서 씨알도 안먹혔어요. 그대로 서울로 끌려갔죠. 걔한테는 가기 전에 사정을 설명하고 주말마다 내려올거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정말 주말마다 걜 보러 갔어요. 매일 만나던 전보다는 당연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걜 볼 수 있으니까 살만했죠.
거의 1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고3이 됐어요. 원래도 부모님은 먼곳까지 너무 자주 내려간다고 못마땅해 하셨는데, 할머니를 봬야 한다는 핑계로 1년을 버텼어요. 근데 고3이 되니까 그것도 용납이 안 됐는 지 아예 못가게 막았어요. 워낙 본인들 잘난 맛에 사는 분들이라 자기들 말을 거역하면 난리를 쳐대서 눈 딱 감고 그냥 1년만 버티자 했어요. 성인이 되면 거기서 살 생각으로. 걔한테도 1년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다녀온다고 사정을 해서 그 말을 전하러 걔가 있는 바다로 갔죠.
사정을 설명하니까 걔는 슬퍼하면서도 괜찮다며 오히려 저를 달랬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참을 풀 죽어 있는데 그 꼴이 얼마나 귀엽던지. (당황하며 손으로 입을 막음. 이후 상담자에게 방금 진술은 잊어달라고 요청) 다시 이어서 얘기 해보자면, 그 날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이제 1년을 못보긴 하겠지만 수능이 끝나면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했고 그 애도 당연히 기다리겠다며 한참을 재잘댔으니까. 딱 1년만 버티면 되는 거였죠. 그 날 이후로는 딱히 할 얘기가 없어요. 1년동안 공부만 하면서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살았다는 것 밖엔.
드디어 수능이 끝나던 날. 저는 수능장에서 나가자마자 다시 그 바다로 갔어요. 그리고 걔는 안나왔죠. 밤새 기다렸어요. 혹시 몰라 사흘을 내내 그 바다에서 죽치고 있었어요. 근데 안오더라고요. 처음엔 걱정부터 했죠. 내가 없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혹시 다치거나 위험에 빠진 건가. 그런 걱정을 하면서 꼬박 4년 동안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내내 주말마다 바다를 갔어요. 미친 짓이었죠. 한 번을 안 와주더라고요. 그리고 졸업하자마자 도망치듯 입대했어요. 이대로는 제정신으로 못 살 것 같아서. 그래놓고 군대에서 휴가를 나올 때마다 그 바다에 갔어요. 혹시. 정말 혹시나 이쯤이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그랬는데도 한 번을 못봤죠. 제대 후에는 포기했어요. 내가 정신병자라서 헛것을 보고 정신이 나갔었구나.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처음으로 정신병원을 왔죠.
선생님이 보시기에도 제가 힘든 시기에 망상에 빠져서 헛것을 봤던 게 맞는 것 같죠?(상담자가 정말 환각이라 생각하냐고 질문함.) (이후 침묵하다가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회피함.) 그 때 이후로 제정신으로 산 적이 없어요. 평소야 괜찮은 척 웃으면서 적당히 사람들이랑 어울리지만 혼자가 되면 속에 구멍이 난 기분이에요. 더이상 의미도 없는 시간 굳이 왜 버티고 있나 싶고. 그게 다 망상이었다면 꿈에서라도 다시 보고싶은데 잠도 잘 못자요. 짜증나게.
이하 생략
상담 경과를 평가하기 위해 초기 상담 내용과 동일한 주제에 대해 다시 질문함. 그 결과 현재도 진술이 일치하며 극심한 우울의 이유가 초기 상담과 같은 양상을 보임. 내담자의 경험에 대한 부정보다는 현재 중심의 사고를 강화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상담.
현재 우울 증상 및 심리 상태를 고려할 때 약물치료와 상담치료의 병행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지속적인 외래 내원 및 담당 의사와의 상담을 권고함.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