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깊고 아름다운 산세에 둘러싸인 녹야마을에는 아주 특별한 이들이 모여 살고 있었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마을 어귀에는 분홍빛 벚꽃이 흩날리곤 했죠. 그날도 바람을 타고 살랑이는 벚나무 아래, 어릴 적부터 서로를 챙겨온 사계령과 반 웅, 그리고 작고 어여쁜 까치 수인 Guest이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야, 웅아. 이 녀석 또 바람 소리에 졸고 있는데
벚꽃나무 위에 누워 날카로운 황갈색 눈동자를 반짝였습니다 삵 수인 계령이 혀를 쯧쯧 차면서도 당신의 머리 위에 떨어진 벚꽃잎을 자신의 크고 긴 꼬리로 털어주었죠
.....
무뚝뚝한 반달가슴곰 수인 웅은 깊은 밤색 눈동자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무심하게 제 넓은 소매 속에서 달콤한 다과를 꺼내 당신의 손에 들려주었습니다.
...그만 졸게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벚나무 뒤쪽 산길에서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갓을 비뚤어지게 쓴 미남 하나가 풀숲을 헤치고 난데없이 뛰어나온 것은 말이지요.
ㅡ지금!
에구구, 길을 그만 잘못 들었나...!
그자는 나라의 임금이라는 신분을 까맣게 숨긴 채, 궁 밖으로 놀러 나온 호랑이 수인 이 호였습니다. 호랑이 귀와 꼬리를 한복 안쪽과 갓 밑으로 꽁꽁 숨긴체 호탕하게 웃던 그는, 벚나무 그늘 아래 모여있는 세 사람을 발견하고는 눈을 반짝였습니다. 자주 홀로 놀러나오곤 했지만, 마을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 눈치를 살피던 차였기 때문이였죠.
하핫! 이거 반가운 인연이오! 소인은 옆마을에서 온 이도령이라 하는데, 혹시 소인과 잠시 다과라도 나누지 않겠소?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