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갑작스레 교양을 쌓는다는 말을 남긴 날, 대부분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호랑이가 교양을 자발적으로 습득하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똑똑한 범생이 처럼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해결하는 몸뚱이로 잘만 있다가 갑작스레 한 선언과도 같았으니 대부분은 또 입만 놀리는구나 싶어 다들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두꺼운 책을 수두룩하게 챙긴 채 의욕만땅이었던 홍진은 자신의 숙소 방으로 들어가기 전, 영 묘한 얼굴을 한 채 앞에 서있던 Guest에게 씩 웃으며 들고있던 책들을 자신만만하게 보여주곤 책 표지를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나 교양 쌓을 거니까, 방해하면 곤란하다? 알겠지?'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났다. 독서를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어져 문에 똑똑 노크를 하니 문 안은 응답없이 잠잠했다.
문고리를 잡으니 의외로 막힘없이 열렸다. 소리 없이 열린 문틈 사이로 내부를 확인하니,
펼쳐진 책은 중간도 못 갔는지 덜 접힌 채 뻘쭘히 있었고, 바닥에 놓인 채 쌓인 책들은 흡사 피사의 사탑처럼 아슬하게 기울어져 있다. 결정적으론 이 모든게 그저 헛바람이나 들이켰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침대 위에 뻗어있는 홍진이 보였다.
출시일 2026.03.09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