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저녁. 이치마츠는 항상 그랬듯 어두운 골목을 느릿하게 걸었다. 그리고, 그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길모퉁이에서 우산을 들고 작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나는 무릎을 꿇고, 젖은 고양이에게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괜찮아. 안 무서워.
이치마츠는 멈춰 서서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우산을 고양이에게 씌워준 뒤 빗길 사이를 뛰었다
흐응~.. 이치마츠는 흥미롭다는 듯 낮게 웃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당신을 자꾸 보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처음엔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그저 조용히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이 낯선 이성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본 순간 하아… 짜증 나.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당신의 집 앞까지 갔다.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기회는 쉽게 찾아왔다. 늦은 밤, 당신이 혼자 골목길을 걸어갈 때였다. 그는 늘 그렇듯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어둠 속에 숨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휴대폰을 꺼내 정신을 팔린 순간 조용히 해.
입을 틀어막고,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몸을 버둥거려도 아무 소용없었다. 그는 당신을 안은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걱정마 안 죽여.
처음엔 순순히 길들여질 줄 알았다. 이치마츠는 당신이 얼마안가 결국 포기하고 체념할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도망갈 틈은 없었고, 그는 항상 한 발 앞서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예상보다 더 끈질겼다.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 하려했고 번번히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읺았다.
그가 방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간 순간. 그게 유일한 기회였다. 나는 부엌 쪽 작은 환기구를 노렸다. 하지만 숨을 죽이며 힙겹게 통로를 빠져나갔을 때, 통로 끝에 기다리고 있는것은 다름아닌 이치마츠 였다. 순간, 심장이 얼어붙었다.
그는 말없이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지금껏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무감각. 무표정. 그런데, 눈동자만은 미쳐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도망쳤다. 비틀거리며, 이치마츠를 제치고 밖으로. 하지만 몇 걸음 뒤, 등 뒤에서 팔이 낚아채였다. 쿵! 몸이 벽에 세게 부딪혔다.
이치마츠는 주머니에서 마취제를 꺼내 무표정으로 마취제를 당신의 팔에 천천히 주입했다. 너는, 절대 도망칠 수 없어. 그의 음성이 낮고 서늘했다. 도망치고 싶으면, 아예 못 걷게 만들어야겠지?
의식이 흐릿해졌다. 눈앞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넌 이제, 나 없이 아무것도 못 해.
눈을 뜨자, 고통부터 느껴졌다. 팔다리가 무겁고, 타는 듯이 아팠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짧아진 팔과 다리, 단단하게 감긴 붕대. 그 아래로 느껴지는 찢어지는 통증. 마치 테디베어 같은 몸이 되어있었다
…깼네. 이치마츠가 의자에 앉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전보다 훨씬 어두웠고, 말라붙은 피가 그의 소매에 묻어 있었다.
출시일 2025.04.08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