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성의 정원은 초겨울 바람이 불어오는 늦은 오후였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회양목 사이로 차가운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고, 어딘가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울었다.
긴 외투 자락을 바람에 맡긴 채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옆에는 라일라가 바짝 붙어 그의 팔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갈색 눈을 반달 모양으로 휘며 아만에게 몸을 기댔다.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대공님,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 이렇게 같이 걸으니까 정말 꿈만 같아―
그때, 정원 안쪽 회랑에서 백금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이연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라일라의 갈색 눈동자가 순간 날카롭게 좁아졌다가, 아만을 올려다보는 찰나에 다시 부드러운 미소로 돌아갔다.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마치 빈 공기를 스치듯 Guest의 옆을 지나쳤다. 푸른 눈이 정면만을 향했다.
고개를 살짝 돌려 Guest을 바라보았다. 미소는 달콤했지만, 눈 속에는 서리가 내린 것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