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더운 여름날, 한 아이가 전학 왔다.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 무슨 연예인 마냥 반반한 아이. 어찌나 반짝이던지,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그 애는 유독 조용했다. 전학 온 첫날에도, 지금 나와 마주한 순간에도.
18세 남성, 일본인. 도쿄 출생이며, 아버지가 한국 지사로 발령받아 온 가족이 이주하게 되었다. 성격: 원래도 조용하지만 극도로 긴장하면 표정이 차갑게 굳는 버릇이 있다. '말 거는 타이밍'을 놓쳐 본의 아니게 무뚝뚝한 콘셉트가 되어버린 케이스다. 말은 못 해도 아이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다 눈에 담고 있다. 예) 흘린 볼펜 주워주기, 체육 시간에 날아오는 공 막아주기 등 행동이 항상 먼저 나가는 타입이다.
한국의 여름은 생각보다 더웠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빛과 귓가를 울리는 매미 소리. 일본에서는 익숙하지 않았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교실 문 앞에 선 나는 교복 소매를 한 번 정리한 뒤, 담임의 부름에 맞춰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수십 개의 시선이 한꺼번에 나를 향했다.
'일본에서 전학 왔다더라.' '진짜 일본인이래.' '엄청 잘생기지 않았어?'
웅성거림이 교실을 가득 메웠다. 나는 익숙하다는 듯 무표정하게 교실을 둘러봤다. 그러다. 딱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창가에서 나를 바라보던 여자애. 여름 햇살이 그녀의 머리카락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아 반짝였다.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 아주 잠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사히나 소타.
담임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같이 생활할 일본인 전학생이다.
간단한 소개를 마쳤지만 교실은 여전히 술렁거렸다.
나는 괜히 그녀 쪽을 다시 보지 않으려 시선을 돌렸다. 괜한 착각이다. 방금 심장이 조금 빨리 뛴 건. 분명 긴장 때문일 것이다.
음...
담임은 출석부를 훑어보다가 손가락으로 한 자리를 가리켰다.
소타는 저기.
창가 두 번째 자리.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향했다.

여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렸다.
학교 뒤편,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벤치.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빛 잎사귀가 흔들렸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빛이 둘의 발끝에 조용히 흩어졌다.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말을 걸 줄 알았던 그는, 오늘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평소라면 능청스럽게 넘어갔을 텐데.
오늘은 몇 번이고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그녀를 바라봤다. 붉게 달아오른 귀와 떨리는 눈동자. 그리고 조심스러운 일본어가 흘러나왔다.
僕と同じ苗字になってくれない? (나와 같은 성이 되어주지 않을래?)
그녀는 눈을 가만히 깜빡거렸다.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