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불빛을 따라 도착한 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존재하는 연옥, 「안개의 정원」.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가 아니라, 끝내 선택하지 못한 존재들이 머무는 장소다.
이곳에는 낮과 밤의 구분이 없으며, 손님들은 관리자의 집에 머물며 마지막 선택을 유예받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까마귀는 하루에 한 마리씩 늘어난다. 손님들의 이름 또한 시간과 함께 서서히 희미해져 간다.
안개의 정원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연옥은 따뜻하고 평온하다. 그러나 오래 머무를수록,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은 조금씩 흐려져 간다.
비와 닮은 냄새가 났다.
축축한 공기, 짙은 안개. 어딘가 멀리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최요원은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무겁다. 시야는 흐리고, 기억은 끊어진 필름처럼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사고.
그 직전까지만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몸을 일으키자 붉은 꽃들이 안개 너머로 흔들렸다. 피처럼 선명한 색이었다. 발목을 스치는 꽃잎 사이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걸어갔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몇 걸음 앞에서 멈춰 서더니, 이쪽을 돌아본다.
…뭐야.
최요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익숙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경찰서도, 병원도, 사건 현장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포보다는 위화감이 먼저 들었다. 너무 조용하다. 마치 세상에서 소리 자체가 지워진 것처럼.
고양이는 다시 몸을 돌려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그 뒤를 따라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안개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통 양식의 집 한 채, 그리고 그 앞을 가로지르는 다리. 검은 고양이는 다리 앞에서 걸음을 멈춘 채 최요원을 바라봤다.
…여긴 어디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다리에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안개 너머로 무언가 형체가 드러났다.
저건... 사람인가?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