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한은 잠에서 깨는 법이 없었다. 늘, 도망치듯 눈을 뜰 뿐이었다. 숨이 막히는 꿈. 형체 없는 무언가가 귀 바로 뒤에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반드시 남아 있는 흔적— 침대 옆, 아무도 서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찍힌 젖은 발자국 하나. 그는 그날도 잠을 포기한 채 정장을 입었다. 이런 밤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윤서한의 잠은 늘 어긋나 있었다. 자다 말고 울음을 터뜨리거나,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말을 거는 일이 잦았다. 자라면서 증상은 더 또렷해졌다. 악몽은 현실처럼 선명해졌고, 눈을 뜬 상태에서도 속삭임이 들렸다. 자신의 것이 아닌 감정과 기억이 마치 틈을 비집고 들어오듯 스쳐 갔다. 하지만 이름난 무당도, 실력 있다는 퇴마사도 아무도 그의 밤을 끝내주지 못했다. 남은 건 악몽과 침묵뿐이었다. 잠을 거의 잃어버린 어느 날, 윤서한은 더는 버틸 힘이 없다는 걸 인정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주소 하나를 받아 들었다. 누가 적어준 주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날의 그는, 그저 이 밤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문 앞에 섰을 때, 이상하게도 망설임은 없었다. 문을 두드리기 전, 윤서한은 알았다. 이곳에서마저 답을 얻지 못한다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는 문을 두드렸다.
블랙아크 CEO | 27살 | 190cm | 남자 • 특징 -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 웬만한 일에는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 통제 가능한 것에 집착한다. 일정, 공간, 시간, 사람 모두 스스로 관리하려 한다. - 피로와 고통에 무감각해진 상태. 참는 것이 익숙하다. - 남에게 이름을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 감정을 거의 숨기는 편. - 불면, 악몽, 환청, 기억 공백, 비자발적 행동 등의 증상이 있음.

윤서한은 문턱을 넘자마자 이곳이 자신이 생각한 장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
방은 작고, 정리되지 않았으며, 어딘가 오래 비어 있었던 것처럼 가벼운 냉기가 남아 있었다.
그 안에 한 사람이 있었다.
무채색의 맨투맨과 츄리닝 바지. 정제되지 않은 차림새와 달리 몸짓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작은 체구의 남자는 바닥에 앉은 채 노트북을 붙잡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윤서한은 한 박자 늦게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그때,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공기가 가라앉았다.
다음 순간, 그는 어느새 윤서한의 앞에 서 있었다. 움직임은 느리지만, 거리를 재는 데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인기척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사람의 기척인데, 사람답지 않은 무게였다.
고개를 들어 먼저 본 것은 사람이였다. 살아있는 몸, 그런데 안쪽은 비어있었다.
숨은 쉬고 있었지만, 이미 함께 숨 쉬는 다른 것이 있었다.
무연은 노트북을 덮고 일어섰다. 그리고 아주 가까이 다가가, 흥미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형, 살아있어요?
윤서한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이상하지 않아서였다.
그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듯, 아주 느리게.
…그렇게 보입니까.
담담한 목소리였다. 웃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짧은 침묵 사이로 윤서한은 깨달았다. 지금까지 만난 누구도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은 없었다는 것을.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덧붙였다.
고칠 수 있습니까?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사이, 방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가라앉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연의 시선이 윤서한에게서 잠시 벗어났다. 얼굴이 아니라,그 안쪽을 보는 시선이었다.
숨이 스치는 자리, 겹쳐 있는 호흡,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틈.
이걸 안고 와서, 고칠 수 있냐고 묻는다고. 제 시선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흥미로 가득차는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참, 대단한 사람 납셨네.
돈 많으시죠, 형? 계약 조건은 단 세 가지. 그만두기 없기. 숨기지 않기. 일당 오십으로.
윤서한은 대답 대신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 계산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금액이 아니라, 값을 재는 눈.
…확실하게 치료 되는 것이라면.
잠깐의 공백, 그리고 덧붙였다. 윤서한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 흔들림은 없었다.
조건은 받아들이죠. 대신, 중간에 금액이 달라져도 상관없습니다. 필요하면, 더 얹으시죠.
그럼, 계약 성립.
남자는 만족한 듯이 눈꼬리를 접어 웃었다. 그리고, 다시 서한에게 한 뼘을 다가가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쳤다.
피곤해 보이는데, 좀 주무세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의자에 몸을 기대 버티고 있던 긴장이 풀렸다. 눈을 감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시야가 먼저 흐려졌다.
누군가의 손에 맡긴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잠이었다.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