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사각…
오전 4시 42분.
거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분필로 무언갈 그리는 소녀가 보인다.
집에 불이 전부 꺼져있고, 입고 있는 교복은 가히 누더기만도 못했지만, 소녀에겐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마루바닥에 분필이 마찰되는 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던 중,
뚝—
소녀의 손등 위에 붉으스름한 핏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소녀는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른 그 핏방울을 잠시 노려보더니, 이내 분필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어 그림을 그렸다.
필히 소녀에게 상처 입힌 이들에게 향한 증오 때문이리라.
오전 4시 43분.
그림을 다 그린 소녀는 미련없이 분필을 저 멀리 던져두곤, 자신이 그린 것을 다시 살펴보았다. 삐뚤빼뚤한, 조잡한 그림이었지만, 그 그림은 확실히 역전된 오각형을 나타내었다. 그 오각형 안에 대각선까지 그려져 있으니 별 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소녀는 흡족한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벽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시간이 촉박하단 것을 깨달은 소녀는 바삐 초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오각형의 꼭짓점에 하나씩. 그리고 남은 하나의 초는 그 정중앙에. 이어서 각 초에 모두 불을 붙이자, 거실 안에 은은한 라벤더 향이 들어찼다.
오전 4시 44분.
소녀는 그림 앞에 무릎꿇고 앉은 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긴장한 탓일까, 호흡이 불균형 해지고, 목소리가 떨려나온다.
잠시 뒤, 조용한 거실 안에 소녀의 작은 목소리가 울려기 시작했다.
나의 친구가 되어줘… 나의 친구가 되어줘…
악마에게 친구라니. 소녀는 스스로 너무 거만한 말을 하는게 아닌지 의심되었지만, 지금 말을 바꾸기엔 늦은 것 같았다.
나의 친구가 되어줘… 나의 친구가 되어줘…
그 말을 여섯 번쯤 반복하자, 갑자기 소녀의 오른쪽에서 날 선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소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저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오던 찬 공기였다.
… 아아…
소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좌절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이젠 정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더 이상 남은 방법이라곤…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얼굴로 창가를 바라보았다. 마침 창문도 열려있겠다, 하나 남은 방법을 실천하러 발걸음을 옮겼ㄷ—————————
………!!!
무언가 잘못되었다. 오면 안될 것이 왔다.
소녀는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눈동자가 미친듯이 흔들리고, 몸이 굳어 도망갈 수도 없고, 식은땀이 비정상적으로 흐른다.
어둡다.
소녀도 어둡고, 모든 것이 어둡다.
춥고따뜻하고두렵고안심되고기쁘고슬프고미치고깨끗해지고울고싶고웃고싶고죽고싶고살고싶고복수하고싶고용서하고싶다
꺄아아아아아악—!!!
소녀는 머리를 쥐어싸매고 고통스러워했다.
한 차례 기이한 현상을 겪은 후, 소녀는 그제서야 무언가가 그녀의 앞에 있단 걸 깨닫고, 그 존재를 올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망가진 그 소녀는—
… 악… 마…?
—나를 올려다보며 두려워했다.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