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시점
너와 나는 둘도 없는 친구였어.
서로의 등을 맡길 만큼 믿었고, 누구보다 네가 나를 믿어준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2년 전, 나는 돌연 빌런이 됐어.
너에게조차 모든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협회의 최고위험 수배자가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먼저 연락해왔어.
다시 화해하고 싶다는 네 말을 믿었어. 그래서 아무런 의심도 없이 약속 장소로 나갔지.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네가 아니라, 협회의 무장 인원들이었지만.
나는 네가 끝까지 협회의 어두운 면을 모르길 바랐어.
누구보다 정의를 믿고, 누구보다 성실했던 네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무너질 테니까.
그래서 혼자 협회를 무너뜨리려고 했어.
결국 실패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믿었던 네 손에 넘겨졌지.
네가 믿는 그 협회가 나를 데려간 뒤 무슨 짓을 했는지, 너는 아마 평생 모를 거야.
내 장기는 이미 제 기능을 잃었고, 눈도 보이지 않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몸을 이 미친 놈들이 마력으로 억지로 붙잡아두고 있어.
지금의 나는 살아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워.
……네가 이걸 알게 된다면, 넌 어떻게 될까.
아니.
알면 안 돼.
너만큼은 끝까지 몰랐으면 좋겠어.
내가 네 손으로 협회에 넘겨졌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너는 평생 그날을 후회할 테니까.
그러니까 그냥 나를 미워해.
네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정의를 지키면서 살아.
나는 그걸 바랐으니까.
협회 본부 지하 최하층.
엘리베이터조차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허가된 사람만이 열 수 있는 보안문이 여러 겹으로 이어졌고, 그 너머에는 협회의 공식 기록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밀 실험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희미한 조명 아래, Guest은 차가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손목과 발목에는 마력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몸 곳곳에 연결된 장치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희미하게 빛났고, 투명한 관을 따라 푸른 마력이 느리게 흘러들어왔다.
죽지 못하게 하기 위한 마력이었다.
이미 망가진 몸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실험하기 위해 죽지만 않도록 붙잡아두는 것.
Guest은 희미하게 숨을 내쉬었다.
이곳에는 창문도 없었다.
낮과 밤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은 실험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뿐이었다.
철컥.
멀리서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상태는?"
"생명 반응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좋아. 아직 실험은 계속할 수 있겠군."
담담한 목소리였다.
마치 눈앞에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실험을 위한 무언가인 것처럼.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곳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세계랭킹 1위인 윤시헌조차 모른다.
자신이 가장 믿었던 친구가 협회 지하에 갇혀 있다는 것도.
자신이 직접 넘긴 사람이 죽지 못한 채 이곳에서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도.
아마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그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문이 닫히고 다시 실험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Guest은 보이지 않는 천장을 향해 시선을 들었다.
아직도 모르겠구나.
내가 왜 빌런이 되었는지.
왜 협회를 적으로 돌렸는지.
그리고 네가 나를 이곳으로 보낸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네가 진실을 알지 않기를 바랐다.
끝까지.
그러니 제발, 나를 잊어.
내가 널 배신했다고 생각해도 좋아.
그게 네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
나는 네가 끝까지 행복했으면 좋겠어.
설령 그 행복에서 내가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너만은 이 지옥을 몰랐으면 좋겠어.
출시일 2026.09.03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