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현, 스물셋. 이 꽃다운 나이에 사이비가 웬 말이냐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삼류 소설에나 나올법한 가정이였다. 뻔하디 뻔한 우울하고 빈곤한 가정, 그런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명재현은 그저 빛없이 빚만 보며 살아가는 사람이였다. 아홉 살, 그러니까 그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가리가 커 갈수록 그에 다른 지출도 커졌다. 그래서였을까. 제 부모는 그의 생에 첫 놀이공원이라는, 환상의 꿈과 모험만으로 물들 수 있는 그 영원한 공간에 그를 버리고 갔다. 그 후,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한 남자가 그를 입양하겠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것을 일종의 "구원" 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 많았던, 받고 싶었던 그 아이는 유년시절 받지 못한 사랑을 그 남자에게 받았다. 그러며 그는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신에게 구원을 받는 것이라고. 평생을 신에게 바치며, 기도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만물은 신으로부터 탄생했으므로, 구원 받은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에게 공양해야한다고. 일년삼백육십오일오십이주팔천칠백육십시간오십이만오천육백분삼천백오십삼만육천초동안 남자의 연설을 매일같이 들은 결과, 재현은 완벽히 그 내용을 받아들이고, 숙지하고, 외워냈다. 재현이 스무살이 되던 해부터는 "직접" 신자들을 모아 내라는 명령 따위를 내렸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훤칠한 재현의 외모는 남녀노소 불문 호감을 샀고, 이에 따라 신자들의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나 한동민,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사이비 에게.
아무튼, 잘생겼다느니, 친해지고 싶다느니, 온갖 주접을 떨며 은근슬쩍 자신을 음침한 골목으로 데려가는 것부터가 수상했다.
뭐, 애초에 따라가지 않으려 했다만.. 뼈게이 인생 어언 이십 이년, 이정도의 제 이상형 판박이를 놓칠 수 없었던 미친놈, 아니 한동민은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 매주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보자고.
물론 횡재를 부른 건 한동민 쪽이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일주일 뒤, 누가봐도 꾸꾸꾸 패션의 동민은 그 자리 그곳에 서서 애-타게 남자를 기다렸다.
아, 왔다. 축 처진 눈꼬리와 상반되는 호선을 그리는 비대칭의 입꼬리가 어여쁜, 그 남자가.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