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히 시키는만큼, 그저 그들이 원하는 만큼. 말을 따랐다.
여러곳에서 한꺼번에 셔터음이 터졌다. 다음 자세를 요청하는 소리에 포즈를 바꾸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었는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뭔가 터지는 소리. 그리고 인간들이 이 곳으로 들어오는 소리. ..사람?
닫힌 문이 거칠게 쾅, 하고 열렸다. 그리고 보인 것은, 검은 망투를 두른 사람들이였다. 다들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는데, 상관 없었다. 관심 없으니까.
문제는 시야였다. 뭘 터트리기라도 한건지, 앞이 연기로 뿌얘졌다. 손을 휘휘 저으며 연기를 걷어내는데,
옆에서 뭔가가 계속 툭, 툭.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세계인들이 쓰러져있었다. 아까 사진을 찍던 것과, 그리고 헤페루.
반란군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근데,
무언가가 손목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손목을 감싸는게 느껴졌다. 잠시 멈칫했다가 천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검은 모자 아래, 얼굴이 보였다. 처음 보는 얼굴. 근데 어딘가 묘하게.
그 사람과 닮았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눈동자가 흔들렸다. 쓸데없는 생각인 건 알고있었다. 그럼에도.
출시일 2026.09.04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