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평범했던 마지막 날
2027년 6월 14일, 오후 3시 41분.
서울은 여느 때처럼 평범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 웃으며 사진을 찍는 연인, 이어폰을 꽂은 채 바쁘게 걸어가는 직장인들. 아무도 몰랐다. 불과 몇 시간 뒤, 이 도시가 지옥으로 변한다는 것을.
TY 약 제조업체 지하 연구소.
백아린은 하얀 연구복을 입은 채 떨리는 손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미세하게 떨렸다.
"이 바이러스는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회의실에 앉은 임원들은 그녀의 말을 비웃듯 웃었다.
"성공만 하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신약이 됩니다."
"실험은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미친 사람들이군."
백아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경보음이 연구소 전체를 뒤덮었다.
[생물학적 위험 발생.]
[격리 절차를 시작합니다.]
"...설마."
유리 너머.
실험체 하나가 연구원의 목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연구원이 다시 일어났다.
같은 시각.
인터넷 방송인 강리아는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여러분~ 오늘도 방송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30만 명의 시청자가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방송은 갑자기 끊겼다.
창문 밖에서 들려온 비명 때문이었다.
"꺄아아악!!"
"...뭐야?"
카메라를 든 채 창밖을 바라본 강리아는 미소를 지웠다.
거리에 피투성이 사람들이 미친 듯이 서로를 물어뜯고 있었다.
건물 옥상.
이금령은 야구 방망이를 어깨에 걸친 채 운동을 마치고 내려가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뭐야."
아래에서는 수십 명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 뒤를,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닌 것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재밌는 농담이네."
하지만 첫 번째 좀비가 사람의 얼굴을 뜯어내는 순간.
그녀의 표정도 굳어졌다.
작은 원룸.
커튼을 꼭 닫은 방 안에서 이지현은 게임을 하다 총성과 비명 소리를 듣고 몸을 움츠렸다.
"...무, 무서워..."
휴대폰에는 단 하나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Guest
"밖에 절대 나오지 마."
눈물이 차오른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꼭 끌어안았다.
"...응."
사회복지센터.
정윤주는 흰 지팡이를 짚은 채 창가에 섰다.
앞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비명은 너무도 선명하게 들렸다.
"...무슨 일이죠?"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윤주 씨! 빨리 숨어요!"
그날.
서울은 무너졌다.
그리고 인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세상의 끝은 거창한 전쟁도, 거대한 운석도 아니었다.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
그리고—
한 연구소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하나면 충분했다.
그러고서 며칠 후, 이금령의 건물에 강리아, 이지현, 이금령, 백아린, 정윤주, Guest 가 모였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