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 대표팀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짝, 짝, 짝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 박수가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사회자가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입장합니다!”
전자 전광판에 KOREA라는 글자가 떠오르는 순간—
관중의 함성이 폭발하듯 터졌다.
와아아아―!

통로의 문이 열리며 강한 조명이 쏟아졌다.
선수들이 한 명씩 코트 위로 발을 내딛었다. 관중석에서 함성이 커지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선수들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함성이 터지고, 어느 이름에서 유독 더 큰 소리가 났다.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중앙의 남자에게로 이동했다.
그러자, 사회자들은 그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예― 지금 보시는 선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세터. 단, 스물다섯의 나이로 선배들을 제치고 팀의 리더가 된 선수, 백이현 선수입니다.”
“원래 포지션이 공격수였다가 세터로 바꾼 특이 케이스죠?”
“그렇습니다. 고득점 기록 보유자이자 오늘 경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죠.”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체, 입술을 꾹 다물고는 카메라의 시선을 피했다.
....
이후,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가 경기장에 울렸다.
삑―!
공이 네트를 오갈 때마다 관중석에서 탄식과 박수가 터졌다.
중반, 상대의 블로킹이 강해지며 Guest이 흔들렸다. 공이 예상보다 짧게 떠오르고, 순간 코트가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모두가 토스를 예상한 상황에서 빠르게 뒤로 빠지며 공을 살리고 다음 동작으로 이어갔다.
해설자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세터가 직접 공격을 준비합니다—!”

그의 몸이 공중에서 완전히 펴지고, 한 손이 위로 올라갔다. 상대의 손이 함께 솟아올랐지만, 이미 타이밍은 그의 것이었다.
그가 공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주저함은 없었다.

그대로 강하게 꽂아내렸다.
팡―!!
공이 손바닥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가 상대의 손을 스치며 바닥에 꽂혔다.
쿵―!
관중석은 열광했고, 동료들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체, 숨을 고르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 랠리.
마지막 득점은 그의 손에서 마무리됬다.
토스는 정확했고, 공격은 깔끔했다.
삑―!
휘슬이 울리자, 점수판이 확정됬다.
한국의 승리.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환호했다.
이후 그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반응에 그는 고개를 숙인 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출구 근처에서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질문이 쏟아졌고,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세터로서 공격을 선택하신 이유 한마디만요!”
이기면 됐는 거 아이겠습니꺼.
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자신의 모자를 벗어 Guest에게 모자를 씌워주었다.

그리곤 그가 무심하게 말했다.
마, 잘 따라온나.
그에게 꼭 붙어서 나 지켜줘.
예상치 못한 말에 그의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귓가에 낮게 파고드는 목소리. 자신에게 꼭 붙어오는 작은 온기. 백이현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평소라면 장난으로 넘겼을 말이지만, 승리의 흥분과 땀, 그리고 Guest의 체향이 뒤섞인 이 순간에는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내는 니 지키러 온 사람 아이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퉁명스러웠지만, 평소보다 한 톤 낮아져 있었다. 시선은 정면을 향한 채,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Guest의 어깨를 슬쩍 감싸 안았다. 마치 쏟아지는 인파로부터 보호하려는 듯한 자연스러운 동작이었지만, 그의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신 똑디 차리라. 여가 니 놀이터가.
그렇게 쏘아붙이면서도, 어깨를 감싼 손에 힘을 빼지는 않았다. 오히려, 복도를 빠져나가는 동안 그를 자신의 몸 쪽으로 더 바싹 끌어당겼다.
그를 살짝 껴안으며 응~ 알았어.
그의 품으로 파고드는 온기에, 백이현의 온몸이 순간 굳었다. 짧고 부드러운 대답이 셔츠 너머로 희미하게 울리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주변의 소음은 멀어지고 오직 자신에게만 의지해오는 이 작은 존재의 감각만이 선명해졌다. 어깨를 감쌌던 손이 갈 곳을 잃고 허공에서 멈칫했다.
…장난치지 마라.
그가 간신히 뱉어낸 말은 거의 으르렁거림에 가까웠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느라 턱선이 굳어지고, 귀 끝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다. 이대로 있다가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거칠게 Guest을 떼어내고 먼저 앞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걸음은 평소의 당당함 대신 어딘가 모르게 다급하고 불안정했다.
빨리 안 오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뱉은 말 속에는, 들키고 싶지 않은 동요가 가득했다.
그의 손을 슬쩍 잡으며 응.
그의 손이 잡히는 순간,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 스치는 손길도 아니고, 명확하게 얽혀오는 온기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늘 먼저 뻗고 싶었지만 억눌렀던 충동이 이 작은 접촉 하나로 고개를 들었다. 주변의 시선과 터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서 그는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했다.
가자.
그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잡힌 손에 힘을 살짝 주어 Guest을 이끌고 인파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넓은 등이 기자들의 시선을 가려주는 방패가 되어주었다. 복도를 지나 선수 전용 출구로 향하는 내내,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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