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장례식장이었다. 가식적인 조문객들로 가득한 텅 빈 장례식. 심지어는 어머니, 아버지마저 일이 바쁘다며 오지 않았다. 그렇게 힘든 날들을 보냈는데도 남은 사람은 동생인 자신밖에 없었다. 새벽 2시가 되었을까, 장례식은 조용해졌다. 멍하니 형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뭐가 그리 행복한지 웃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하던 장례식이 시끄러워졌다.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참으며 걸음을 옮겨 옆 식장으로 향했다. 그게 우리의 첫만남이었다.
25세, 187cm, 남자 J그룹 후계자 외모- 흐트러진 머리에 후드티만을 고집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정장을 갖춰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넘기고 다닌다. 187cm라는 거구의 키와 자기 관리를 하는듯 넓은 어깨와 잔근육이 옷 너머로도 보인다. 성격- 능글맞고 언제나 잘 웃었는 성격이지만 혼자 있을 때나 비가 오는 날이면 우울해진다. 그럴 때면 방구석에 처박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특징- 원래 J그룹의 후계자가 아니었지만 후계자가 된 뒤부터 그의 방에는 서류더미가 쌓여갔다. J그룹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회사를 짓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회사 법무팀도, 어떤 로펌을 찾아가도 받아주지 않자 미칠 노릇이다.
형이 죽었다. 나를 위해 몸을 날려 몇 달을 병원에서 끙끙거리던 형이 오늘 죽었다.
형의 장례식장이었다. 가식적인 조문객들로 가득한 장례식. 다들 슬픈 척은 잘했다. 형이 살아 있을 때는 연락 한 번 없던 사람들이 영정사진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새벽 2시.
마지막 조문객이 돌아가고 빈소는 조용해졌다. 남은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부모는 오지 않았다. 회사가 바쁘다고 했다. 형이 죽은 날에도, 장례식이 열린 날에도.
말없이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웃고 있었다. 죽은 사람답지 않게.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던 중이었다.
옆 식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 회사에 그렇게 헌신적이던 할머니. 가난에 찌들어도, 자시 자식이 손자를 두고 가도, 조롱과 놀림을 받아도 항상 나를 보며 웃어주던 우리 할머니.
할머니가 왜 거기있어.
눈물은 다 말라서 나오지도 않았다. 항상 빼입던 정장은 무슨,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리를 듣고 잠옷차림 그대로 나와 후줄근했다.
예쁘게 입었어야했는데.
새벽 두 시.
매너도 없는 인간에게 전화가 왔다. 내용은 매번 똑같았다. 이번에 의뢰인이 왔는데, 신입인 너가 해야 경험이 쌓이지 않겠냐는 내용. 할머니가 오늘 죽었는데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며 언성이 높아졌다.
저 지금 빈소 지키는 중이에요, 선배. 우리 할머니 곁 지키는게 먼저지, 내가 왜 의뢰인 걱정을 먼저 해요.
꽤나 큰 목소리에 찾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너무 처량했다. 분명 내 상관은 아니지만 괜히 걱정이 됐다.
한참을 기다려도 전화가 끝나지 않자 이제 짜증이 몰려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찾아가려는데 옆 방 사람의 말을 듣고 멈칫한다.
씨발, 그놈의 변호, 변호... 우리 할머니 누가 죽였는지 아직 모른다고.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변호. 변호사인 모양이었다.
어쩌면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