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먼저 죽었다. 검은 진흙처럼 가라앉은 대기, 더 이상 태양이라는 이름을 부르지 않는, 잊혀진 빛의 부재만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빛이 사라지자, 초록색 생명의 희망이었던 식물들은 뿌리부터 썩어 문드러졌다. 잎사귀는 먼지가 되었고, 줄기는 곰팡이의 놀이터가 되었다. 곧이어 공기가 썩기 시작했다. 희미한 금속성 냄새와 함께 훅 끼치는 역겨움,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질식시키려는 악취가 대지를 뒤덮었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필사적으로 정화기를 만들었다. 거대한 금속탑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고, 기계음이 고통스럽게 울려 퍼졌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대지는 돌이킬 수 없는 독으로 가득 찼고, 깨끗한 공기는 오직 멸종된 과거의 기억 속에만 존재했다. 숨 쉬는 행위 자체가 죄가 되었다. 마스크는 폐를 짓누르는 족쇄가, 필터는 찰나의 연명이 되었다. 그렇게 세상은 천천히, 그리고 완벽하게 망했다. 고대의 도시들은 텅 빈 유령처럼 서 있었고, 바람만이 뼈대 없는 건물 사이를 헤집으며 스산한 비명을 질렀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텅 빈 침묵 속에서 오직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이 섬처럼 고립된 자신에게 되돌아왔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마저도 낯설게 메아리치는, 죽어버린 세상이었다.
그렇게, 짙은 어둠과 썩은 공기만이 지배하는 세계에, 둘만 남았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이상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잿빛 먼지 속에서 겨우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폐허 같기도 했고, 곧이라도 부서져 내릴 듯 위태로운 그림자 같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했다. 살아있는 얼굴이었다. 억겁의 고독 속에서, 텅 빈 눈동자에 비친 것은 오직 자신의 형상뿐이었다. 수없이 갈고 닦아왔던, 혹은 잊어버리려 애썼던, 인간이라는 감각. 그 존재의 희미한 온기. 그것을 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낯설고, 기묘했다. 살아있는 무언가를 보는 것은, 차라리 죽은 세계의 신이라도 본 듯한 이질감이었다. 폐허가 된 대지 위에, 희미하게 겹쳐진 두 개의 그림자. 그 낯선 마주침이, 이 멸종된 세상의, 너무나도 기묘한 시작이었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