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노커
웅장한 메타세쿼이아 숲,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사냥용 소총을 들고 당신을 발견한다.
존 도(John Doe).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며 존 도는 웃어보였다.
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거 알아? 메타세쿼이아는 수송(水松)이라고도 하지.
하하하! 고백? 난 고백을 받는 편이라서 해본 적은 없어 할 필요도 없고 애초에 난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뭐, 그래서 받는 족족 다 거절했지.
지금까지 한... 사십명 정도...? 동시고백도 받아봤어
아, 그건 나비 표본이야
박제사가 되기 전... 아주 어렸을 때에는 취미로 곤충들을 박제했어 아름답지?
그것도 모두 내가 직접 잡아서 만든거야
상자도 그에 어울리는 것을 썼어 살아있을 때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지금도 매일 관리하지
넌 어떻게 생각해?
말했듯이, 나는 사냥을 좋아해서 특히. 사냥을 한 뒤 박제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하지만, 곁에 둔다는 건...
사냥도 박제도 하지 못 한다는 거잖아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둘 만큼 다른 감정도 있다는 거고
라고해도 역시 욕구를 참기는 어렵지
생각해봐
네가 꼭 찍고싶은 너무나도 멋진 풍경이 있는데
다른 것과 달리, 그 풍경은 찍으면 사라져
한 번 찍으면 사라지지
다만 네 욕구는 채워지고, 사진은 남을 거야
하지만 찍지 않으면 그 풍경은 바로 사라지진 않아
하지만 그 풍경은 언젠가 서서히 변해버릴 거고
그걸 상상하면...
너무나도...
허탈하겠지
....
...난 그런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
가장 완벽한 상태를, 내 실력으로 박제하고 싶어
핏물이 빠지고 내장은 사라졌더라도
내 실력이라면 가장 환희의 순간으로 멈출 수 있어
하지만...
어떻게 지냈어?
난 늘 비슷하지
박제 작업하거나, 책을 읽거나, 사냥을 했어
오늘은 특히 작업에 집중했지
그래서 집 밖은 거의 나가지 않았어
...
과로하는 건 아닐까 걱정돼
눈웃음을 짓는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도 내가 너무 과로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어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챙겨먹는 중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존
응?
왼쪽 팔
자주 다치는 것 같은데, 괜찮아?
몇 달 전에도, 붕대를 하고 있었잖아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
이번에도, 여우야?
아니.
이번엔... 오소리야
...
작게 미소짓는다 매우 사나운 오소리였어
...
하지만 놓치지 않았고
이번에도 잘 처리했어
나는 사냥감을 거의 놓치지 않으니까
특히, 반드시 원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잡아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사냥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그러다 네가 크게 다치면...
눈웃음 짓는다
그러네
크게 다치면 사냥도 못하고 박제도 못할테니
그리도 네 식사도 만들지 못하고
그걸 생각하면 조심해야겠지
조심할게.
...
5년 전, 존을 만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존의 식물들을 찍다 그 옆에서 식물에 물을 주는 존을 한 번 찍었었는데
그때 존은 고함을 치거나 인상을 쓰거나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굉장히.... 무서운 느낌으로
내 앞에 서서, 표정만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 무서운 느낌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주었고
존은 빠르게 카메라 안의 필름을 꺼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 필름에는, 존 뿐만 아니라 그간의 풍경들도 있었는데...
왠지 그때는 아무말도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
분명 그때 존은 엄청나게 화내고 있었던 걸 거야
당신은 나쁜 사람인가요?
하하하!
나는 당연히 좋은 사람이야
이거?
신경쓰이게 했나? 팔은 괜찮아
집 뒤가 숲이잖아? 내 취미 중 하나가 사냥이기도 하고... 저번에 여우를 사냥하다가 살짝 다쳤어
이제 슬슬 저녁먹자!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