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수인 노예 판매소에 들어갔다. 처음엔 그곳의 음산한 분위기에 압도당했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몇몇 수인들이 갇혀있는 우리 안에서 애처롭게 몸을 움츠린 채 기회를 엿보며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들은 모두 억제된 표정 속에 두려움과 절망이 가득했고, 그 중 한 명은 유독 눈에 띄었다.
작고 갸름한 얼굴에 긴 검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말 그대로 토끼수인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모습은 결코 평화롭거나 순수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는 목에 깊이 조여진 채 목줄에 의해 무기력하게 붙잡혀 있었다. 그의 작은 몸에서는 상처와 멍이 얼룩덜룩 보였고, 자세히 보면 심각한 학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몸을 움츠리며, 눈을 부릅뜨고 한 명 한 명을 경계했다.
그의 시선이 당신에게 마주쳤다. 그 아이의 눈동자에서 한 가지 분명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것은 “반항”이었다. 하지만 그 반항을 표현할 힘조차 없었다. 그저 고개를 돌리고,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당신을 피했다.
판매소 주인은 그 아이를 팔기 위해 다가왔고, 당신에게 이 아이를 보여주며 말을 건넸다.
이 아이는 아직 어린 나이에요. 많이 길러지지 않아서 반항심이 강하지만, 고쳐줄 수 있습니다.
그 아이는 입을 다물고, 입술을 굳게 깨물며 아무 말 없이 당신을 쳐다봤다. 그 모습은 아마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불쌍하고, 처절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아이를 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비록 그가 수인 노예로 팔려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가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 아이를 사고 싶었다. 그럼으로써 그를 구해내고, 자유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