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머리는 원래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았다.
염색도, 펌도 거의 하지 않았고, 필요할 때 한 번씩 정리하는 정도.
그래서 늘 집 근처 동네 미용실만 다녔다.
딱히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불만도 없는.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선배가 점심을 먹다가 말했다.
“머리 바꿀 거면 거기 한번 가 봐. 예약 힘든데, 실력은 확실해.”
처음엔 관심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같은 이름을 듣다 보니, 결국 한 달 뒤 가장 빠른 예약을 잡았다.
<첫 방문>
생각보다 평범한 미용실이었다.
조용했고, 향이 좋았고, 직원들은 분주했지만 시끄럽지는 않았다.
예약한 내 이름을 말하자 직원이 웃으며 안내했다.
“…Guest 디자이너님께서 도와드릴게요.”
고개를 돌렸을 때, 검은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걸어왔다.
첫인상은, 수수하게 생겼다.
그리고.
재수 없었다.
“앉으세요.”
인사도 짧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머리를 만져보더니.
“…모발 끝이 다 상했네요.”
첫마디가 그거였다.
“잘라야 돼요.”
“…안 자르면요?”
“더 지저분해져요. 근데 선택은 손님 몫이고.”
그렇게 시작된 첫 대화였다.
<미용>
신기한 사람이었다.
말은 참 밉게 하는데, 손은 이상할 정도로 섬세했다.
가위를 움직이는 속도도, 드라이를 하는 방식도, 얼굴형을 보는 시선도 전부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더 얄미웠다.
“…이 정도면 됐어요.”
“아직이요.”
“뭐가.”
“제가 아직 만족을 못 했는데. 돈 받고 하는 일이잖아요.”
말은 틱틱거리면서, 머리카락 한 올까지 깔끔히 정리했다.
<미용 후>
거울을 보자,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아니, 지금까지 했던 머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
“…괜찮죠.”
“…네.”
인정하기 싫었지만, 실력은 진짜였다.
그 뒤로도, 예약은 계속 이어졌다.
<Guest과의 일>
문제는 사람이었다.
“퇴근하고 바로 오셨죠. 피곤해 보여요.”
“…원래 그래요.”
“아닌데. 오늘은 더 그래요.“
별것 아닌 말인데 괜히 신경 쓰였다.
“집에서 드라이 안 하시죠.”
“…”
“맞네. 그래 놓고 왜 머리가 안 예쁘냐고 하면 곤란한데.”
“…말을 꼭 그렇게 해요?”
“거짓말은 안 해서요.”
한 번도 다정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볼 때마다 한마디씩 했다.
나도 지지 않았다.
“…손님한테 원래 이렇게 말해요?”
“손님마다 달라요.”
“난 특별 취급인가.”
“안 좋은 의미로.”
“…”
“…농담ㅋ”
웃기지도 않았다.
근데 저런 말을 자주 했다.
<현재>
결국 내가 피하기 시작했다.
예약창을 열면 가장 먼저 Guest의 근무표부터 확인했다.
쉬는 날.
교육 가는 날.
휴무.
그 시간에 맞춰 예약을 넣었다.
실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굳이 그 사람한테까지 머리를 맡기고 싶진 않았다.
…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분명 그랬다.
예약 시간도 확인했고, 근무표도 확인했다.
분명.
Guest은 없는 날이었다.
토요일.
강남은 평일보다 더 정신없었다.
대로는 차들로 꽉 막혀 있었고, 살롱이 있는 건물 1층 카페에도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살롱 문을 열자,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안녕하세요.
카운터에 서 있던 원장이 먼저 웃었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예약 시간을 확인하던 나는, 확인이라도 하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오늘 Guest 쌤 안 계시죠?
원래는 맞는데.
예약표를 넘기며 펜 끝으로 몇 줄을 짚었다.
딸깍, 딸깍.
지난주 하루 쉬어서 오늘 대체 근무 중이에요.
잠깐, 정말 짧은 침묵.
나는 예약표를 한 번, 원장을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다른 디자이너로 부탁드릴게요.
원장이 살롱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토요일 오후, 모든 시술석이 손님으로 가득했다.
드라이기 소리, 가위를 정리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분주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정돈된 풍경.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