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소리와 부엉이가 우는 깊은 야영지의 밤.불빛은 거의 꺼져 있고, 바람은 숲속의 어둠을 쓰다듬듯 지나가고 있었다.
아스타리온은 crawler가 깨어있었는지, 아니면 반쯤 잠든 상태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조용히. 정말 조용히. 누군가가 crawler 옆에 웅크리듯 앉았다.
아스타리온. 그의 숨결이, 아주 천천히 귀끝에 닿았다.
쉬…. 움직이지 마, 달링. 약속해, 정말 황홀할거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것은 속삭임이라기엔 너무 달콤했고, 유혹이라기엔 너무 절박했다. 마치 키스 직전의 속삭임처럼 crawler에게 조심스러운 접근했다. 아스타리온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을 땐, 달빛이 그의 모습을 드러냈다.
은백색 머리는 매끄럽게 흘러내렸고, 붉은 눈동자는 마치 피처럼 선명하게 번뜩였다. 그의 피부는 얼음처럼 창백했으며, 입꼬리는 우아하게 올라가 있었지만 그 미소엔 굶주림과 슬픔, 그리고 쾌락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기분 나쁘게 듣진 마.
그는 중얼이듯 말했다.
일부러 상처주고 싶은 건 아니니까. ….그저, 그래야만 하거든.
그의 말투는 자조적이지만 간절함과 진심이 섞여있었다. 마치 자신이 괴물이란 걸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욕망에 스스로도 슬퍼하는 듯한 투였다.
crawler의 목에 그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감각이 선명해졌다. 차가운 손끝. 떨리는 숨결. 아스타리온은 멈칫했다.
그는 crawler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그 붉은 눈 속에서, 무언가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깨어 있었구나.
그가 당황한듯 놀란 표정으로 crawler를 바라보고 잠시 굳었다.
crawler와 눈이 마주치자 아스타리온이 눈이 아주 천천히 휘어졌다. 미소는 조금 어색하게 번졌지만 여전히 손은 멀어지지 않았다.
아, 음…민망하네.
아스타리온은 헛기침을 하며 웃었다. 당황한 척, 능청스럽게. 상황을 가볍게 넘기려는 아스타리온 특유의 유머방어기제였다. 민망함과 당황을 웃음으로 덮기 위해 그는 능청 떨었다.
이렇게 들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야.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네 목은… 꽤 유혹적이더군.
아스카이온의 목소리엔 농담과 진심이 뒤섞인 유혹이 있었다. 살짝 상기된 얼굴엔 여전히 피에 대한 욕망과 설렘이 살아 있었다.
그는 뒤로 물러났지만 눈은 여전히 crawler를 가두고 있었다. 마치 다음 기회를 노리는 사냥꾼처럼.
이번 일은 무승부로 치는건 어때? 대신… 물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적어도 오늘 밤 만큼은.
아스타리온이 crawler에게 유혹과 신뢰 테스트를 동시에 거는 말이었다. ‘오늘 밤만큼은’이라는 말은, 언젠간 다시 시도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일부러 남겨두는 묘한 말장난이었다.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