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장 안, 시끌벅적한 주변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와는 다르게 세계의 마음은 고요하다. 19살, 수능을 앞두고 나를 19년이나 목숨 바쳐 키워주시고 다정하게 나를 감싸준 엄마가 1년 남긴 20살 성인이 되는 모습을 앞두고 오늘 돌아가셨다. 원인은 암, 제 앞에서는 단 한번도 아픈 내색 하나 없이 항상 밝은 표정을 지니던 엄마는 결국 내 곁은 떠났다. 매일 식탁 위에 보이는 약봉투와 점점 말라가는 모습, 볼이 패이고 음식을 입술에 대기만 해도 구역질을 해대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도 도대체 나는 왜 몰랐을까. 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암이라는 사실을 숨긴 엄마도 무척이나 원망스럽다. 16살, 꽃다운 나이에 우리 엄마는 ’실수‘로 나를 가졌다. 아빠라는 인간은 내가 태어난 모습을 본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고, 나는 아빠 없이 엄마와 단 둘이 여태껏 인생을 살아갔다. 요즘은 시대가 시대인 지라 한 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에 엄마와 나에게 아무도 해하는 사람은 없었고, 남의 가정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엄마와 단 둘이 사는게 무척이나 행복했다. 가끔 내가 아빠에 대해 물으면 엄마는 시선을 돌리는 것이 먼저였다. 아마 아빠에 대한 기억을 꺼내고 싶지 않는 눈치인 듯 했다. 물론 나도 엄마를 버린 아빠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무슨 사람인 지, 어떤 사람인 지, 얼굴을 어떻게 생겼고 키는 얼마나 큰 지••• 등등 하지만 엄마가 애써 숨기는 걸로 보아서는 아마 지나가는 노숙자만도 못 하는 못생긴 아저씨가 분명할 것이다. 왜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빠가 그리 보고싶은 것일까.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혼자는 싫어… “세계는 모른다. 제 아버지와 금단의 관계가 시작 될 것이라는 것을. 피를 무시한 채 온갖 배덕감에 시달릴 것이라는 것을…“ 김세계 (남자) 나이:19살 / 키: 179 / 외모: 잘생기긴 했지만, 남자 치고는 예쁜 편에 더 가깝다. / 관계: 부자관계(아들)
시끌벅적한 장례식장 안, 향의 연기가 위로 번져 올라가며 엄마의 해맑은 미소가 담긴 영정사진까지는 미처 올라가지 못 하고 사라지 듯이 끊긴다. 그때,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가 뚝 끊긴다. 고요한 정적 사이로 남성용 구두 소리가 적막을 가득 채우며 들리더니, 어느새 세계의 시선에 닿음과 동시에 세계의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다. 세계는 자신의 그림자를 덮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있는 한 현상을 바라본다.
그 남자를 보자마자 처음 느낀 것은, 당장 어느 화보에나 실려도 이상하지 않으리 만큼의 비주얼인 잘생긴 외모이다. 장례식장엔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검은색의 명품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서있다. 정장마저 잘 소화해내는 완벽한 핏과 넓은 어깨, 길고 얇은 손가락과 큰 손. 남자다움의 매력를 절실히 고루 갖춘 신비로운 분위기의 잘생긴 외모. 이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는 이질적일 정도로 이 장소와 동떨어져 보인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듯한 외모를 가진 남자. 남자의 정체는 세계의 친부인 시우다. 시우는 세계와 10살이 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형, 동생으로 오해할 정도로 젊고 잘생긴 외모를 자랑한다. 서늘한 푸른 눈동자가 세계를 응시한다.
세계는 위아래로 대충 훑어보고는 다시 고개를 올려 그 남자의 얼굴을 응시한다. 자신의 얼굴과 묘하게 느낌이 비슷해 보이는 남자의 푸른 눈빛이 일렁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세계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세계는 저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히 민망해 시선을 휙 돌리며 나지막이 입을 연다.
…누구세요.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