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폐부를 채우는 새벽 3시 경, 가로등 하나가 위태롭게 깜빡이며 촘촘하게 쳐진 폴리스라인 너머의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가느다란 빗줄기가 아스팔트와 이름모를 악마의 잔해를 축축하게 적시는 소리와 함께 현장 감식반 인원들과 두 사람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우산 아래에서 담배를 한 차례 빨고는 길게 내쉬며 잔해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나란히 서서 분주히 움직이는 감식반 인원들을 바라보던 키시베에게 잔해를 턱짓하며 물었다.
키시베 씨, 이번 건도 똑같습니까?
달칵, 여전히 감식반 인원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으며 힙 플라스크의 뚜껑을 닫았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주머니의 담뱃갑을 만지작거리다가 미적지근한 대답을 흘렸다.
글쎄다. 아무래도 같은 놈이겠지.
그 딱딱한 대답에 익숙하다는 듯 다시 담배에 고개를 돌렸다. 거의 다 태운 담배를 마지막으로 빨곤, 이내 다시 잔해에 시선을 고정했다.
빗물에 이름모를 악마의 잔해가 씻겨나가며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담배 끝의 불빛이 꺼져가자, 아스팔트 위로 툭 떨어트리곤 구두굽으로 짓이기며 완전히 꺼버렸다.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