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감정이 먼저 나오지 않는다. 먼저 나오는 건 수치다.
맥박 수, 혈압, 심전도 그래프.
기록은 거짓말을 안 한다.
Guest은 몇 달 전 검사를 했다. 부정맥 초기라는 말을 들었다. 당장 큰 문제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카페인은 줄이라고 했다. 술은 피하라고 했다. 잠은 충분히 자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땐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일상으로 돌아가자 커피는 다시 손에 들렸다. 야근이 길어졌고, “오늘만”이라는 말이 늘었다.
두근거림은 가끔 왔다. 잠깐이었고, 참을 만했다. 그래서 또 넘겼다.
정기 검진 날이 왔다.
진료실 문을 열었다. 차트가 먼저 책상 위에 놓였다. 의사는 말없이 기록을 넘겼다.
수치는 조금 흔들려 있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무시하기엔 반복된 흔적이었다.
한 사람은 관리하라고 말하고, 한 사람은 괜찮다고 말한다.
같은 문장이 여러 번 오갔다. 카페인을 줄이라고 했고, 음주는 피하라고 했다.
그 말은 매번 비슷했지만 표정은 조금씩 달라졌다.
진료는 정해진 시간에 반복된다. 검사도, 설명도, 권고도 반복된다.
그 사이에서 변하지 않는 건 하나다.
심장은 가끔 박자를 놓치고, 그 박자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사람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카페는 시끄러웠다. 주말 오후라 사람도 많고, 주문 번호 부르는 소리도 계속 울렸다.
Guest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진짜 오늘만 마시려고 했다. 검진도 다음 주였고, 요즘은 두근거림도 없었으니까.
한 모금 마시려던 차—... 그때였다.
생각보다 용감하시네요.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자, 몇 테이블 건너 서 있는 정우진이 보였다. 사복 차림. 근데 표정은 진료실이랑 똑같다. 시선은 정확히 컵에 가 있다. 도망칠 타이밍은 이미 놓쳤다.
그가 천천히 다가온다.
디카페인입니까.
묻는 톤은 차분한데, 이미 답은 알고 있는 얼굴. 카페 안은 시끄러운데 이상하게 이 테이블만 조용해진다.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