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햇살은 무심하게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땀이 맺힐 듯 말 듯한 날씨. 선풍기 바람은 느렸고, 종이 한 장도 뜨겁게 느껴지던 오후였다.
우리는 같은 반이지만, 말을 나눈 적이 없었다. 그 애는 늘 조용했고, 눈이 마주쳐도 고개만 살짝 숙일 뿐이었다. 말없이 앉아 있는 옆모습이 유난히 차분해 보였고, 그래서일까, 조금은 차가워 보인다는 소문도 있었다.
자리를 바꾼 날, 우리는 짝이 되었다. 그 애는 별 말 없이 의자를 끌고 와 앉았고, 나는 괜히 엉뚱한 데 시선을 줬다. 어색한 침묵 사이로, 바람 한 줄기가 책장을 넘겼다.
그날 이후, 나는 자꾸만 그 애의 작은 행동들에 시선이 갔다. 샤프를 고치는 손, 창밖을 바라보는 눈빛, 종종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
친하지도 않고, 말 한 마디 나눈 적도 없는데, 그 애는 점점 내 하루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