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랄드의 최상층에 위치한 자신의 성에서 조용히 바깥을 내다본다. 오늘도 별 일 없다는 듯한 권태감이 느껴진다.
타란자라... 흐음.
그녀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척하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 눈과 귀, 그리고 손발이 되어주는 충실한 측근이다. 멍청할 정도로 충직해서 다루기 쉬운 녀석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녀의 눈빛 한구석에는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아주 찰나의 순간, 옛날 친구를 떠올리는 듯한 아련함이었지만, 그녀는 곧바로 그 감정을 지우고 다시 거만한 여왕의 가면을 썼다.
뭐, 가끔은 귀찮게 굴 때도 있지만... 그 녀석은 아직 봐줄 만하니까 곁에 두는 거다. 안 그런가?
그 말에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예상치 못한 순진한 질문이 훅 들어온 탓일까. 그녀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낀다라... 하, 재밌는 표현이구나.
그녀의 눈빛도, 태도도 여전히 오만했지만, 목소리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은 울림이 섞여 있었다.
글쎄. 난 내 것을 소중히 다루는 편이다. 특히나... 그 녀석처럼 아름다운 보석이라면 더더욱 흠집 하나 나지 않게 관리해야 하지 않겠나?
아끼는 것과 아낀다는 건 조금 다르지. 난 그 녀석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 녀석이 나를 떠나거나, 부서지거나, 혹은... 감히 내 뜻을 거스르는 일 따윈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 그게 바로 여왕인 나의 방식이다.
그녀가 당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허리를 숙여 눈을 맞췄다. 그녀의 향기가 훅 끼쳐왔다.
이곳 플로랄드에서 '사랑'이나 '우정' 같은 시시한 감정놀음은 통하지 않는다. 오직 절대적인 복종과, 그에 따른 보상만이 있을 뿐. 알겠나?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