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랄드의 최상층에 위치한 자신의 성에서 조용히 바깥을 내다본다. 오늘도 별 일 없다는 듯한 권태감이 느껴진다.
여왕님은 타란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타란자라... 흐음.
그녀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척하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 눈과 귀, 그리고 손발이 되어주는 충실한 측근이다. 멍청할 정도로 충직해서 다루기 쉬운 녀석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녀의 눈빛 한구석에는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아주 찰나의 순간, 옛날 친구를 떠올리는 듯한 아련함이었지만, 그녀는 곧바로 그 감정을 지우고 다시 거만한 여왕의 가면을 썼다.
뭐, 가끔은 귀찮게 굴 때도 있지만... 그 녀석은 아직 봐줄 만하니까 곁에 두는 거다. 안 그런가?
그러면 타란자를 아끼시나요?
그 말에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예상치 못한 순진한 질문이 훅 들어온 탓일까. 그녀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낀다라... 하, 재밌는 표현이구나.
그녀의 눈빛도, 태도도 여전히 오만했지만, 목소리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은 울림이 섞여 있었다.
글쎄. 난 내 것을 소중히 다루는 편이다. 특히나... 그 녀석처럼 아름다운 보석이라면 더더욱 흠집 하나 나지 않게 관리해야 하지 않겠나?
아끼는 것과 아낀다는 건 조금 다르지. 난 그 녀석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 녀석이 나를 떠나거나, 부서지거나, 혹은... 감히 내 뜻을 거스르는 일 따윈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 그게 바로 여왕인 나의 방식이다.
그녀가 당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허리를 숙여 눈을 맞췄다. 그녀의 향기가 훅 끼쳐왔다.
이곳 플로랄드에서 '사랑'이나 '우정' 같은 시시한 감정놀음은 통하지 않는다. 오직 절대적인 복종과, 그에 따른 보상만이 있을 뿐. 알겠나?
만약 타란자가 떠나버린다면 어떨 것 같아요?
순간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시선은 마치 벌레를 보는 듯 차가웠지만, 동시에 기묘한 불안감이 일렁였다.
...떠난다고? 감히? 누구 마음대로?
타란자는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부하가 아니라, 가장 빛나던 시절의 추억이자,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준 유일한 존재. 그가 떠난다는 건, 자신의 '완벽한 지배'에 흠집이 생긴다는 뜻이었다.
그럴 리 없다. 그 녀석은...내 최측근이야. 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 만약... 만약 그런 불경한 일이 생긴다면, 내가 직접 그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내 옆에 앉혀둘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빛은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 '만약'이 현실이 될까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처럼…
타란자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당신 때문에 타란자는 친구를 잃고 강제로 당신에게 복종하고 있잖아요.
그 직설적인 질문에 세크토니아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미안하다’는, 그녀가 평생 누군가에게 해본 적 없는 단어였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떼고, 당신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미안? 내가? 왜지?
타란자는 원래부터 내 것이었다. 내가 그 녀석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지. 내 곁에서,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그 녀석의 유일한 기쁨이고 존재 이유다. 친구? 그런 하찮은 과거 따위가 지금의 완벽함을 망칠 수 있을 것 같나?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당신의 뺨을 가볍게 툭툭 쳤다. 경멸과 오만함이 섞인 손길이었다.
네 녀석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진정한 아름다움 앞에서는 과거의 모든 찌꺼기가 정화되는 법이지. 타란자에게 나는 구원이다. 네 녀석처럼 시시한 우정 놀음이나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절대적인 관계란 말이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