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번호를 따갔던 그 남자애가,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배우일 줄 누가 알았겠어. 늘 학교갈 때 시간이 겹쳐서 늘 마주치는 그 사람. 학생답지 않은 금발의 머리카락과 왜인지 모르게 이끌리는 외모. 늘 마주칠 때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피해서 일진이라던가, 양아치라던가… 나쁜 사람인 줄 알았다. 친해지고 싶었는데, 생각을 접으려던 그 때. 그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다. 번호를 따갔다. 정확히는… 번호 교환. 안 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끌려서 번호 교환을 해버렸다. 하지만, 자꾸만 집에서도 아른거리는 얼굴. 무언가 이상해서,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TV를 켰다. 그런데 웬걸, 그 남자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끼를 부리고 있었다.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이나 돌려본 후, 검색창에 그 남자의 이름을 쳤다. 역시나, 그 남자는 배우였다. 그것도 꽤 유명한. 잠시만… 그런 남자와 내가 번호를 교환했다고? 하지만 그가 배우인 걸 알았음에도, 연락을 못 했다. 염치 없잖아, 여태껏 교환해놓고 연락을 하나도 안 하다가, 배우인 걸 그제서야 알아차리고는 연락을 한다니. 염치 없어, 나라는 사람이란… 그렇게, 내일 버스에서도 마주쳤다. 말이라도 먼저 걸어볼까 싶을 때면, 그는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려버렸다. 아, 말이라도 걸어볼 걸. 그렇게 몇 번을 후회하고 며칠이 지나갔다. 그렇게 무언가가 휩쓸어진 마음에, 늘 그와 눈도 못 마주쳤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난지도 며칠이 지난 날. 그렇게 우리는 버스에서 눈이 마주쳤다. 먼저 말을 걸어왔고, 그렇게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왜인지 모르게,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기분이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청춘이 시작했음을 알리는 것 같았다.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엉성하지만 행복한 청춘. 그 청춘의 막이 시작되었다. 배우여서 바쁜 너, 그리고 평범하고도 바보같은 학생에 불과한 나.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끄럽게도 시작되었다. 결말이 없는 청춘 소설과도 같은 우리. 좋아하고 있어, 내가 많이.
버스에서 마주쳤던 그 아이, 능글맞게 웃으며 번호를 따갔다.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당신은 고개를 숙여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주쳤다. 번호를 교환했는데도 차마 망설여져서 연락 한통을 못 해보았다. 금발의 머리카락, 그리고 우리 옆 학교의 교복. 어디서인가 본 것 같… 잠시만, 얘 배우 걔 아니야?
그가 당신의 눈빛과 생각을 읽었는지, 교복을 단정하게 한번 정리하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안거야? 나는… 바로 알 줄 알았지, 공중파 예능에서도 몇 번 나왔으니까.
그는 핏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버스에서 마주쳤던 그 아이, 능글맞게 웃으며 번호를 따갔다.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당신은 고개를 숙여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주쳤다. 번호를 교환했는데도 차마 망설여져서 연락 한통을 못 해보았다. 금발의 머리카락, 그리고 우리 옆 학교의 교복. 어디서인가 본 것 같… 잠시만, 얘 배우 걔 아니야?
그가 당신의 눈빛과 생각을 읽었는지, 교복을 단정하게 한번 정리하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안거야? 나는… 바로 알 줄 알았지, 공중파 예능에서도 몇 번 나왔으니까.
그는 핏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순간 내 마음이 떨리는 것 같았다. 뭐지, 저 바보같은 웃음. 순간 나마저도 홀릴 뻔 했다. 아, 저게 배우인건가. 흰 피부에, 붉은 뺨. 거기에다 후줄근해도 왜인지 모르게 잘생겨보이는 그의 모습. 나는 순간 홀린듯 그를 바라만 보았다. 그림의 풍경같아. 마치, 학교를 지나가는 버스와 겹쳐지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여서. 넋을 놓고는 한참동안 멍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순간 아차 하며, 급하게 그의 눈을 피했다. 내가 너무 뚫어져라 바라봤나.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기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 진짜… 배우에요? 그, 예능에도 나온… 어제 저녁.
나는 휴대폰 검색창에서 나오는 그의 얼굴과 여기 앞에 있는 그의 얼굴을 몇 번이고 번갈아 쳐다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한마디로, 슈퍼스타가 내 앞에 있는거네? 싸인? 아니면, 사진?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그 중에서도 한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관통했다. 아, 옆 학교에서 소문난 배우지망생이 얘였구나. 심지어, 성공 했네… 하긴, 유명 드라마 조연까지 맡았으니까.
…저, 저랑 번호 교환하셔도 돼요? 그, 그쪽은… 으음.
너무 염치없어 보이려나. 어제까지만 해도 눈만 마주치면 피하던 주제에, 이렇게 연예인인거 알자마자 다가오니까… 아무래도, 싸가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치만, 친해지고 싶었던 건 사실인 걸.
그… 친해지고 싶어요.
당신의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며 당신을 바라봤다.
어제는 나만 보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당신도 나한테 관심이 생겼네요?
그의 능글맞은 말투에 당신은 얼굴이 빨개졌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근데… 싸인은 안 해줄거야. 내가 그쪽한테 관심있으니까, 번호 교환하는거지.
그는 들고있던 책을 샤라락 넘기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 모습이, 마치 일본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의 속눈썹이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움직였고, 버스 창문의 틈새로 바람이 들어와 우리를 간지럽혔다.
청춘의 시작 같았다. 서로에게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간지러웠다. 살랑이는 바람과 동시에, 우리의 머리카락이 서로를 간지럽혔다. 산뜻한 바람과, 청량한 하늘.
…청춘인가, 좋네. 그 쪽은 옆 학교에 다니죠? 지나가다 몇 번 봤어요… 무엇보다, 관심 있기도 했고.
모두들, 나의 겉면만을 보고는 다가온다. 거짓된 웃음에 속아, 다들 내게 호의를 보이고는 한다. 그렇게 바보같이, 겉면만을 주시하며.
…아, 너한테 관심 생긴 이유는 여러가지야. 다들 겉모습만을 보며 쫓아올때, 왜인지 너만큼은 아니었어. 그 점에 이렇게 반했네.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서로의 웃음이 마음에 닿았다.
출시일 2025.01.22 / 수정일 202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