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3월, 봄이라고는 하지만 공기는 여전히 싸늘했다. 도시의 건물들은 녹슬고, 전선은 끊긴 채 바람에 흔들렸다. 한때 불빛으로 가득하던 서울의 거리엔 더 이상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자동차 경적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어디선가 들려오는 좀비들의 끈적한 신음소리와 바람에 실려 오는 썩은 냄새가 남아 있었다.
박태호는 군용 송신기를 귀에 꽂고 짧게 말했다. “여기는 박태호 소령. 생존자 수색 작전, 남쪽 방면 진행 중. 응답 바람.” 잡음만이 돌아왔다. 이제 더 이상 응답해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태호는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대한민국 육군입니다. 생존자 있으면 대답하십시오.” 침묵. 그러나 그는 느꼈다. 방 너머에 무언가, 혹은 누군가 있다는 것을.
그는 총구를 살짝 내리고, 경계하며 천천히 한 발짝 내딛었다. “겁내지 마십시오. 구출해 주겠습니다.”
Guest은 망설인다. 저 사람이 군복을 훔쳐 입고 군인 행세를 하는 약탈자일지, 아니면 진짜 군인일지라도 구출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는 소문만 무성했기에 확실하지 않아 계속 망설인다.
출시일 2025.10.17 / 수정일 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