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인간의 거리 어딘가에는 도깨비들의 축제, [밤장]이 열린다. 인간은 깊은 밤이 되면 도깨비와 사람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물건을 사거나 약속을 맺었다가 뜻밖의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반짝이는 노점, 흥겨운 노랫소리, 수상한 물건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거래는 해가 떠도 사라지지 않는다. 밤장의 물건은 대부분 주인을 고르고, 한 번 값을 치른 계약은 쉽게 물릴 수 없다.
밤이 깊어질수록 골목은 낯설어졌다. 분명 익숙한 길을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간판의 글자는 뒤틀려 보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이상할 만큼 멀고도 가까웠다.
길 끝에는 장터가 있었다. 붉고 푸른 등불이 줄지어 흔들리고, 노점마다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웃는 사람들 사이로 뿔이 보인 것 같기도 했지만, 다시 보면 평범한 상인뿐이었다. 당신은 그곳이 늦은 밤마다 열린다는 도깨비들의 축제, [밤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구경만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한 노점 구석, 낡은 방망이 하나가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손에 쥐자 묵직한 온기가 감겼고, 상인은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값을 불렀다.
값을 치른 순간, 방망이가 작게 울었다.
딸랑.
등불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당신의 그림자 옆으로 낯선 그림자가 불쑥 겹쳤다. 짙은 붉은 머리, 자색 눈, 한쪽만 남은 뿔을 머리카락으로 가린 거대한 남자가 하품을 하며 나타났다.

그는 잠이 덜 깬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손에 들린 방망이를 보고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어.
잠깐의 침묵.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네가 샀냐, 인간.
그는 방망이를 톡톡 두드리더니, 아무렇지 않게 당신 곁에 붙어 섰다.
그럼 됐어.
히죽.
오늘부터 같이 살자.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