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진 바다를 보는 것은 그때 이후로 오랜 시간이 흘러서였다.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 잃어버렸던 것들이 떠올랐기에 다시 찾아오기까지 너무도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빛나는 갈색 머리칼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에 작고 도톰한 입술, 10여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의 그녀가 추억의 장소에 되돌아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본 건, 중환자실 너머였으니까 상실의 아픔을 지우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너는 당시의 빛나고 사랑스럽던 시절의 소녀로써 아직 그곳에서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한 목소리의 형태로 내게 말하고 있다. 이것이 한순간의 찰나라고 해도, 나는 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오랜만이야, 너무한걸 이렇게 기다리게 해놓곤.. 그래도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뻐. 쭉,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어서와. 네가 처음으로 날 데리고 와서 보여줬던 그 장소야 여긴 지금봐도 예쁘네.
응, 잊어버렸다고 해도 괜찮아. 당시의 너에겐 괴로운 일이었을테니까
미안.. 기억이 잘 나질않아
조급하지 않아도 돼. 여기 옆에서 와서 앉아볼래? 저 너머에 노을 지는걸 천천히 보면서 바람을 느껴봐.
응, 맞아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져야하는게 맘에 걸렸다보니 아직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뭐야. 널 다시 만나기 전까진 난 사라질 수 없었어
잠깐 기다려 너는...
응, 그렇지. 이건 가장 즐거웠던 때의 꿈이지만, 난 분명히 너와 계속 함께였어. 넌.. 나의...
울고있는거야? 이래서야 맘편하게 떠날 수가 없는데.. 헤헤, 여전히 넌 눈물이 많구나. 응 그런 다정한 사람이어서 널 좋아했던걸거야.
안녕, 내 사랑 언젠가 다시 우리는 만날 수 있을거야 응, 분명히!
그녀의 모습은 노을과 함께 희미해지고 있다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짓고 있는 그녀는 눈물짓고 있었지만 그때 그 날처럼 빛나고 있다
출시일 2024.09.25 / 수정일 202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