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학교 대신 노트북 화면으로 출석을 찍고, 카메라는 꺼 둔 채 목소리만 흘러나오던 날들이 계속됐다. 솔직히 그 시간들 대부분은 수업보다 딴짓이 더 많았다. 특히 이동혁 때문이었다. 이동혁은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맨날 단정함이랑은 거리가 먼 교복 차림에 삐딱하게 이어폰 끼고 다니는 애였다. 지각은 기본이고, 선생님들한테 걸려도 대충 웃고 넘겼다. 복도에서 걔 지나가면 괜히 분위기가 시끄러워졌고, 선생님들도 이미 반쯤 포기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딱 전형적인 날라리였다. 근데 나는 그런 이동혁을 좋아했다. 왜 좋아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수업 시간마다 대충 화면 켜 놓고 턱 괸 채 있는 모습도, 귀찮다는 듯 웃는 것도 괜히 눈에 밟혔다. 그날도 역사 수업 도중 친구랑 개인 채팅으로 이동혁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이동혁이 너무 좋다는 말을 내뱉어 버렸다. 몇 초 뒤 친구한테 마이크 켜져 있다는 메시지가 왔고, 심장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반 애들 웃음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터졌고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그 와중에 참가자 목록 한쪽에 떠 있는 이동혁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숨이 턱 막혔다. 선생님은 내 이름을 부르며 수업 태도를 지적했고,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대로 캠 수업에 나가 버렸다. 진짜 세상이 끝난 기분이었다. 그날 밤 내내 휴대폰도 제대로 못 봤다. 애들 단체 채팅방은 당연히 폭발해 있었고, 대전도, 알림도 울렸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동혁한테 연락이 올까 봐 괜히 무서웠다. 근데 더 최악은 다음 날이었다. 등교 인원도 많아서 북적이는 복도를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니까 이동혁이었다.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삐딱하게 서 있는 모습이 딱 걔다웠다. 마스크를 써도 특유의 날티 나는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이동혁은 천천히 내 앞까지 걸어오더니 어제 일을 꺼냈다. 그리고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 순간 진짜 숨고 싶었다. 창피해서 도망치고 싶은데, 이상하게 걔는 날 놀리는 것 같으면서도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더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