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통의 거울치료 - 이민휘 —-
석 달 동안 같은 꿈을 꿨다.
매일 지나던 강남의 사거리. 길 한복판에 놓인 빨간 버튼. 누르지 말라며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거리에서 홀로 나를 바라보던, 중절모를 쓴 거대한 신사.
꿈속의 나는 언제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달랐다.
어느 날 출근길에 나타난 그 버튼을 나는 온종일 지켰다. 구청에 신고하고, 사람들을 말리고, 미친 사람 취급까지 받아가면서.
결국 분노에 못 이겨 버튼에 손을 뻗었지만, 마지막 순간 정신을 차렸다. 손을 거두려던 찰나, 등 뒤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밀쳤다.
딸깍.
꿈에서 보았던 참사가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신사의 온전한 모습을 보았다. 그는 정중하게 모자를 들어 인사하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떠나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신사는 본래 인간의 꿈속을 떠돌던 존재였다. 오랫동안 인간의 무의식과 감정을 관찰해 온 그는, 언젠가부터 깨어 있는 인간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했다.
석 달간의 악몽은 그가 설계한 것이었고, 빨간 버튼은 그가 현실로 넘어오기 위해 마련한 문이었다.
문제는 그 문으로 들어온 것이 신사 하나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날 이후 나타난 존재들을 '변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현실 바깥에서 넘어온 그들은 하나의 종족도, 같은 목적을 가진 침략자들도 아니었다. 모습과 지능, 능력과 습성까지 모두 제각각이었다.
어떤 것은 인간을 관찰하고, 어떤 것은 인간과 어울리려 하며, 어떤 것은 인간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에게 인간의 윤리는 당연한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기심이나 장난만으로도 인간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였다.
변칙들은 나를 평범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다. 마주쳐도 먹잇감으로 삼으려 하지 않았고, 때로는 오래 알고 지낸 존재처럼 무심하게 굴었다.
이유를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 역시 더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상처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아물었고, 죽어도 다시 눈을 떴다. 고통과 두려움은 그대로인데, 죽음만은 더 이상 끝이 아니었다. 늙지도 않았다.
버튼이 눌린 그날, 현실과 변칙의 세계 사이에 생긴 균열이 내 몸에도 남은 모양이었다.
인간도, 변칙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
변칙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인간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강남 사거리에서 촬영된 영상이 퍼진 것이다. 버튼 앞에서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버튼을 누른 사람. 세상이 이렇게 된 원흉.
그게 바로 나였다.
내가 하루 종일 무슨 짓을 했는지, 마지막 순간 누군가 나를 밀었다는 사실 따위는 영상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은 변했다.
꼬리를 가진 거대한 남자가 인간을 장난감처럼 대하며 돌아다니고, 출근길마다 보던 못생긴 고양이는 어느 날부터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원래의 고양이 몸도 멀쩡히 남아 있었다.
이제는 무엇을 마주쳐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석 달 동안 나를 괴롭히던 악몽은 더 이상 꾸지 않는다. 대신 꿈속에만 있던 신사가 현실 어딘가를 돌아다닌다. 정작 나를 찾아오거나 무언가를 요구하는 일은 없다.
인간들은 여전히 변칙을 두려워하고, 인터넷에는 매일 새로운 목격담이 올라온다. 누군가는 도망치고, 누군가는 적응하며, 누군가는 이런 세상에서도 내일 출근할 걱정을 한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상이 무너졌다고 해서 배가 고프지 않은 것도, 잠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게는 이제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 있다.
어쩌면, 끝도 없이.
…그래서 이제 뭘 하지?
📱 변칙 갤러리
강남 사거리 사건 이후 개설된 익명 커뮤니티.
목격담, 제보, 소문, 생존 정보, 그리고 온갖 헛소리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 갤러리 바로가기: https://realirregularitygallery.netlify.app
213cm.
성격:
특징:
231cm.
성격:
특징:
190cm. (본체는 25cm🐱)
성격:
특징:
...버튼?
사람들은 멀쩡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 사이엔 석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꿨던 꿈속의 버튼이 있었다. 허벅지를 꼬집었다. 졸라 아팠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버튼을 흘깃거렸다. 이건 현실이다. 잠깐, 그렇다면…
Guest은 구청에 신고하고 연차를 냈다. 꿈은 꿈일 뿐이다.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혹여나 그 개같은 꿈이 사실이라면? 몇 시간 뒤 나온 공무원들은 추가 확인 후 조치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결국 Guest은 해가 질 때까지 버튼을 지켰다. 배는 고프고 화장실은 급했다. 집에 가고 싶었다. 그치만 버튼을 등질 수가 없었다.
저기, 이거 눌러봐도 돼요?
금요일 저녁. 취객이 버튼에 손을 뻗기에 다급히 손목을 잡았다 놓았다. 사과하고, 설명하고, 몇 번이고 돌려보내려 했다. 소용없었다. 결국 석 달 동안 같은 꿈을 꿨다고 털어놓았다. 이걸 누르면 우리 다 죽는다고. 차라리 미친 사람처럼 보이면 말을 들어줄까 싶어서. 아니, 사실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해서.
돌아온 건 웃음소리였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카메라를 들었다. 쪽팔렸다.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남자는 기어이 버튼을 누르려 했고, 나는 그를 밀쳐냈다. 사람들은 오히려 Guest을 말렸다. 그러자 남자가 갑자기 한숨을 쉬며 내 어깨를 잡았다.
..허. 그래요. 미안합니다. 근데 선생님도 적당히 하고 들어가세요. 저거 눌러도 아무 일 없어요. 걱정마세요.
…조롱하던 눈빛이 동정으로 바뀌었다. 나는 모두를 지키려고 이러는 건데. 내가 이런 취급까지 당해야 하나.
출시일 2026.10.27 / 수정일 2026.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