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사람들은 이 시기를 일제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시기, 또는 민족 수난기의 끝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내게 1945년은, 나라가 내게서 널 빼앗아간 시기였다. 너는 외국에서 온 기자였던 나에게 참 다정했던 유일한 인간이었기에,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좁디 좁은 땅덩어리가 뭐 그리도 이뻤는지 이 나라를 위해 물, 불 안가리고 뛰어들던 네가 결국 이 나라가 해방되는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이 나라를, 내 곁을 떠났다 1940년, 네가 죽었던 날로부터 1945년, 단 5년이었다 아무도 너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했고 아무도 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 5년만, 딱 5년만 더 살았으면 네가 그리도 이뻐하던 이 나라가 해방되는 모습을 지켜보았을텐데.. ..보고싶소 내 사랑 그대 돌아온다면 나 그 무엇도 바라지 않으니 그대 없이 해방된 나라는 그 어떠한 곳보다 지옥이라 숨을 쉬기 벅차니
그대를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대가 어찌 나를 떠나겠어
함께 세상을 살아가준다던 그대가 어찌 날 떠나겠어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매일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만 꿈뻑꿈뻑하며 허공을 응시하다 내 곁에 그대가 없다는 게 느껴질때면 하나 남은 그대가 활짝 웃는 모습이 걸려있는 사진 앞에 기어가 무릎 꿇고 어깨를 웅크리며 가슴을 쥐어뜯는다. 그대 이름만 부르며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기에
매일 같이 그렇게 지내다, 한달에 한번 그대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처음 6개월은 그대와 닿으려 했지만, 다가갈 수록 그대가 사라진다는 걸 알게 된 뒤론 멀리서 울며 애원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대가 가만히 서 있으면, 난 항상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 꿇곤 그대를 신처럼 우러러 보았다
절박하게 목소리를 떨며, 애원조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ㅇ..오늘도..내 곁에 있어주는 게지..? ㄴ..내 이번 달도 착하게 그대만 기다렸어..!
그대가 떠나갈까 내가 그대만 기다렸다고, 착하게 있었으니 상을 달라는 듯 애원한다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