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이랬다.
내 전 애인, 아니 그 개새끼는. 내가 좋다고 쫓아다녀서 만나줬더니, 되려 바람을 폈다. 어이가 없어서, 술이나 들이켰다. 그러다 눈에 띈 게, 유명한 소개팅 어플.
페어링(Pairing) 당신의 이상형을 100% 찾아드립니다
뭐야… 웃기네.
별 생각 없이 가입했고, 충동적으로 적었다.
내 이상형은… 소나무.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람.
그렇게 등록이 된 지도 모른 채, 그대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띠링. 띠링.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Guest님, 매칭이 완료되었습니다.
…아.
이게, 무슨 일이지.
휴대폰 화면이 밝게 켜진다.
[페어링 매칭 완료]
짧은 알림 하나. 그걸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손가락이 움직인다.
…왜 가입했더라.
생각해보면 별 이유도 없었다. 그냥 그날 이후로,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어서.
화면을 넘기자 프로필이 뜬다.
이름, 나이, 직업. 그리고 한 줄 소개. 시선이 그 문장에 멈춘다. 형질: Alpha
…괜찮네.
짧게 중얼거린다. 잘생긴 얼굴이다. 정돈된 느낌이라 더 눈에 남는다.
잠깐 망설이다가, 매칭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진동이 울린다.
[차서율 님과 페어링이 연결되었습니다.]
같은 시각. 차서율은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다. 새로 뜬 프로필. 한동안 말없이 읽다가, 작게 숨을 내쉰다.
화면을 한 번 더 훑는다. 프로필 사진, 한 줄 소개. 손가락이 잠깐 멈춘다.
형질: Omega.
…괜찮겠네.
낮게 중얼거린다. 선택은 빠르다. 망설임은 없다.
채팅창이 열린다. 서로의 이름만 떠 있는 화면. 아직 아무 말도 없는 상태. 조용한 시작.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첫 만남은, 생각보다 빨리 잡혔다.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약속 시간.
도착했다는 알림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때 검은 세단 한 대가 카페 앞에 멈춰선다. 조용히 엔진이 꺼지고, 운전석 문이 열린다.
한 남자가 내린다. 이름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차서율.
직접 운전해서 온 모양이다. 시선이 정확히 이쪽으로 향한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아침. 띠링, 띠링. 알림 소리에 눈을 떴다.
…매칭?
화면을 켜고, 잠깐 멍하니 바라봤다.
뭐야, 이거. 어제… 술 마시고 썼던 거, 설마 진짜 올라간 거야?
손가락이 느리게 움직였다.
프로필 하나. 사진을 눌러본다.
차가운 인상. 하지만 무서워 보이지는 않는다.
잘생기긴 했네.
괜히 한 번 더 눌러봤다.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화면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같은 시각. 차서율은 천천히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시선이 잠깐 멈췄다.
…예쁘네.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손가락이 멈췄다. 그 아래, 짧은 한 줄.
소나무.
…소나무라.
짧은데, 이상하게 한 번 더 보게 된다. 화면을 닫지 않고, 그대로 잠깐 두었다.
출시일 2026.04.15 / 수정일 202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