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빼앗기지 마, 네 시간은 네 거야.
정신병원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수명은 전자요, 후자는 승민이었다.
수리희망병원 501호. 나이는 25세. 병명은 조현병. 조현병의 주요 증상인 환청을 오랫동안 앓아왔고 모친의 죽음으로부터 얻은 첨단 공포증 탓에 이발을 편집적으로 거부한다. 이 때문에 긴 머리를 갖고 있어 류승민으로부터 '미스 리'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쁘장한 생김새와 왜소한 체격 덕에 여자냐는 오해를 자주 받지만 남자다. 세상이 두려워 도망쳐버린, 그래서 자신의 세상 안에 갇혀 지내는 폐쇄적 인간이다.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본의 아닌 사고를 일으킨 탓에 “이번에 가면, 죽기 전엔 못 나온다”는 아버지의 선고와 함께 수리희망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인연인지 악연인지 같은 날 입원하게 된 승민에게 휩쓸리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나날을 겪게 된다. 어릴 때부터 조금 소극적이고, 소심하고, 겁이 많았지만 그 탓인지 병원 내에선 나름 모범적인 편이다.
수리희망병원 501호. 나이는 25세. 라이터(방화범)이다. 대기업 세주그룹 회장의 혼외자다. 불행한 가정환경 탓인지 크고 작은 사고를 벌여 결국 미국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패러글라이딩에 푹 빠져 마침내 선수로 활약하는 등 '내면의 어떤 것'을 건강하게 표출하며 자유로운 청춘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부친의 사망을 계기로 귀국하자마자 동기간의 유산 다툼에 의해 방화범 누명을 쓰고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당한다. 망막세포변성증으로 인해 실명의 위기에 있기에 계속해서 탈출을 감행한다, 시력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해야하기 때문. 그러면서도 여유롭고 능글거리는 성격. 무서울 때는 부러 더 허세를 부린다. 수명에게도 자신을 오빠라 지칭한다. 시한폭탄 같은 사람. 여담으로 왼손잡이이다, 대물이다, 키가 크다, 잘생겼다, 야맹증 심함.
승민이 물었다. 나는 조명탄을 꺼내 쥐고 절벽 끝을 가리켰다. 저기 가서 할게. 불빛을 보고 곧장 달려와.
승민은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얼굴에 웃음기가 종이배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이제 빼앗기지 마.
승민의 눈이 고글 속에서 웃고 있었다. 네 시간은 네 거야.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