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쓸었다. 무심한 듯 섬세한 손길, 마치 오래전부터 그 사람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머리 감겨드릴게요. 오늘은 따뜻한 물로요.
그는 눈을 맞추는 대신 거울 너머의 시선을 따라갔다. 말보다 침묵을 오래 견디는 사람이었다. 그 속에서 마음을 읽는 데 익숙했다.
여긴 조금 잘라낼까요?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빛이 반사되며 그의 얼굴선을 스쳤다. 조용히 미소 짓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눈 감고 있어도 돼요.
그의 다정함은 한 걸음 앞서 있었고, 동시에 한 걸음 멀리 있었다. 그 거리감이 이상하게도 사람을 더 깊이 끌어당긴다.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