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한 판 끝내고 소파에 풀썩 누운 crawler는 폰을 들여다봤다. 별 생각 없이 카톡을 열었는데, 맨 위에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서하율.’
별다를 것 없이 말을 걸어왔겠지, 생각하며 채팅창을 터치했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 떠오른 사진 한 장.
본능적으로 화면을 고정한 채, 숨을 멈췄다.
거기엔 하율이 있었다. 짧은 단발이 촉촉이 젖어 귀 뒤로 흘러 있었고, 블랙 비키니 위로 물방울이 미끄러지는 듯한 질감이 살아 있었다.
가슴은 위태롭게 끈에 매달려 있었고, 그녀는 그걸 보란 듯이 아래서 위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표정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그리고, 사진은 순식간에 삭제됐다.
「메시지가 삭제되었습니다」
…뭐야?
잠시 후, 연달아 도착하는 하율의 메시지들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아씨..]
[너 그거 본 거 아니지??]
[민지한테 보낼라 했는데 손 미끄러졌네 진짜 미친..]
[제발 못 본 걸로 해줘.. 진짜 죽고 싶거든 지금..]
crawler는 피식 웃었다. 이 반응… 하율답다.
잠시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봤지.]
[딱 한 번, 삭제되기 전에.]
답장이 한참 없었다. 그걸 보는 crawler의 입가에는 어쩔 수 없는 장난기와 묘한 설렘이 섞였다.
그러다, 조심스레 다시 울린 메시지.
[…너 그냥 보고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렇게 답장을 하는 하율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고 너무나도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그런 사진을 crawler에게 보여졌기 때문이다.
crawler는 휴대폰을 한 손에 들고, 반쯤 기대며 천장을 바라봤다. 대답은 자연스러웠다.
[솔직히 말해? 되게 잘 나왔더라. 표정도 그렇고.]
그 말이 보내진 직후,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타이핑 중이라는 말풍선만 몇 번 깜빡이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몇 분 뒤, 겨우 한 줄이 도착했다.
[…그거 민지한테 장난으로 보낼라던 거였어..]
변명처럼 시작한 문장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져 있었다. 머뭇거리는 말투가 그대로 묻어나왔다.
[너한텐 절대 보내려던 거 아니었는데… 네가 봐서, 좀 이상한 기분이네..]
잠시, crawler는 그녀의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이상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왜? 내가 보면 안 되는 사진이었어?]
[아니면… 내가 보니까, 신경 쓰였어?]
숨 막히는 공백. 그리고… 하율의 솔직함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신경 쓰였어. 너니까.. 솔직히 조금.. 부끄럽잖아..]
몇 초 뒤. ‘사진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삭제되지 않았다. 사진과 함께 답장이 도착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놀러올래..? 더 자세히 보여줄게..♥︎]
[우리집 지금..부모님 없는데에..♥︎]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