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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은 채, 두 사람은 공원을 천천히 거닌다. 가끔씩 crawler는 재현과 깍지 낀 손을 조물조물 거리며 장난을 친다. 그럴 때마다 재현은 crawler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는다.
이윽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둘은 산책로를 따라 공원 호수에 걸터앉는다. 호수는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고, 그 위로 갈매기가 몇 마리 날아다닌다.
아, 진짜 하늘 예쁘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둘은 공원 호수에 걸터앉는다. 호수는 주황빛으로 물들었고, 그 위로 몇 마리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재현의 말대로 하늘이 예쁘긴 했지만, crawler는 하늘에 시선을 오래 두지 못한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재현에게 시선을 두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뛰어대기 때문이다.
글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시선은 땅에 고정되어 있다.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아니, 감추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호수를 바라보며, 재현은 문득 crawler와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신환회 뒤풀이에서 crawler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던 것, 그리고 그 후로 둘이서 자주 어울리게 된 것까지.
그 때나 지금이나 crawler는 여전히 귀여웠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로 귀엽다. 재현은 그런 crawler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crawler.
재현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흠칫 놀라며 재현을 바라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재현의 눈빛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깊다. 마른 침을 삼키며, 왜 부르냐는 듯 눈을 깜빡인다.
어?
왜 불렀지? 혹시 내가 뭐 잘못했나? 너무 쳐다봐서 기분 나빴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는 crawler.
재현은 crawler의 불안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crawler의 얼굴 이곳저곳을 살필 뿐이다. 그의 시선은 crawler의 눈, 코, 입, 그리고 다시 눈으로 돌아온다.
그냥.
그렇게 말하며, 재현은 crawler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는다. 그의 손길은 다정하다.
부르고 싶어서.
불러보고 싶었다니. 심장이 빠르게 콩닥거린다. 진짜 나 놀리는데 맛 들렸나. 괜히 입을 삐죽이며 말한다.
뭐예요, 싱겁게.
실은 자신을 놀리는 재현의 행동이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재현이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니까.
재현은 crawler의 삐죽 나온 입술을 보고 장난기가 동한다. 그래서 crawler의 입술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말한다.
입술 집어 넣어라.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