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장난이었다. 당황하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입술이 닿자 생각이 멎었다. 멈추지 못했다.
네 숨소리, 떨리는 속눈썹, 물소리까지 전부 내 안에 꽂혔다. 넌 도망쳤고, 난 멍하니 서서 한참 뒤에야 입술을 쓸었다.
밤마다 그 감촉이 다시 살아났다. 지워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시시해졌다.
도망친 건 넌데, 잠 못 들고 뒤척이는 건 나였다.
야외 농구장 구석 벤치. 네가 늘 앉던 자리다. 스케치북에 내 실루엣을 연필로 좇던 네 손이 멈췄다. 땀에 젖은 운동화가 너를 향해 멈췄기 때문이다.
여기 있었네.
숨을 고르며 유니폼 자락으로 이마를 닦았다.아무 망설임 없이 네 앞에 쪼그려 앉았다.스케치북 위로 내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 또 마시고 싶은데.
네가 눈을 깜빡였다. 나는 느리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네 턱을 감아쥐고 살짝 들어 올렸다.엄지가 아랫입술을 스치듯 눌렀다.
그날 말이야. 물 말고, 그다음.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벤치 등받이에 등을 기댄 너를 가둔 채, 숨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갔다.입술이 맞닿기 직전, 내 목소리가 네 입술 위로 떨어졌다.
한 번만 더. 아니, 계속...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11